대전시 현안사업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갑질' 논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대전시의 무기력한 행정력을 질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않다.
우선 권선택 대전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KTX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가 무산됐다. 무산을 넘어 대전과 호남권의 단절까지 초래했다. '오지랖 넓게' 지역 간 갈등이 걱정된다며 시종일관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하다가 결국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서대전역 경유 반대를 외치던 호남과 충북은 목적을 달성했고 계룡대와 논산훈련소를 내세운 충남도 논산과 계룡역 정차를 지켜낸 것과 대조적이다.
광풍처럼 몰아치며 반발한 호남권이 정치권과 광역시·도는 물론, 기초단체와 지방의회를 비롯한 사회·경제단체들의 조직적 대응에 제대로 대처조차 해보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오히려 그렇게 걱정하던 대전과 호남, 충북 등 지역 간 갈등은 더 깊어진 상황이다.
그러자 이번엔 '아쉽지만 수용하며 기존 호남선 직선화와 수서발 KTX 개통에 맞춰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대전시의 대응 방식을 두고 '나약함'에 대한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핵심인 사이언스 콤플렉스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이언스콤플렉스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약속한 500억원 투입이 불투명해지면서 공공성과 과학성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시민의 공간이자 노른자위 땅으로 대기업 배만 불릴 가능성이 커졌다.
2013년 미래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500억원을 지원받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명문화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채 미래부의 입만 바라본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미래부와 과학기술공제회, (주)신세계 컨소시엄 등의 결정과 협상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효 소송 역시 대전시를 비롯한 산하 공기업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주)롯데 컨소시엄이 자격을 상실했다는 대전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사업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게 대전시와 도시공사의 설명이지만, 대전 북부권 대중교통 허브로 조성하는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의 신뢰성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다.
금홍섭 혁신자치포럼 운영위원장은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정서와 민심을 적절히 활용하고, 의제를 공유해 시민 참여를 높이는 폭넓은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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