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난 9일 홍성군 은하면 발생농가 주변 도로에서 작업자들이 터널식 소독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내포=박갑순 기자 photopgs@ |
국내 최대 축산단지 홍성에서 4년여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돼지농장이 있는 마을이다.
4년 전 상황을 떠올리면 이 마을은 곳곳이 소독시설로 가득하고 주변과 통하는 입구는 모두 막아놓거나 자동세차기에 버금가는 분사형 소독장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이 마을은 평소와 다름없이 승용차들이 다니고 있었고, 대형덤프트럭이나 소형 화물차 등도 지나고 있었다.
터널식 소독시설은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지 2일이 지난 이날 마을 도로변에 설치되고 있었다.
그나마 실제 소독시설은 준비되지 않았고, 2명의 작업자가 쇠파이프로 비닐하우스와 비슷한 모양의 시설을 만드는 중이었다.
조금 더 지나자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흙으로 뒤덮인 진짜 마을길이 보였는데, 그곳에서는 인접 지역 면사무소 여직원이 방향제처럼 생긴 분무형소독액을 화물차 등 차량들의 4짝 타이어에 한 바퀴 둘러 뿌리고 있었다.
다시 조금 더 가니 저만치 앞에서 드디어 첫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명의 방역 요원이 서 있는 그 곳은 구제역 발생 농가의 바로 앞에 난 길이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발생농가를 빠져나갔거나 이미 이 마을에 퍼져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실제 이날 오후에는 출입이 통제되던 발생농가 바로 옆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전체 2600마리 중 300마리에서 의심증상이 발견됐는데, 간이검사 결과 1마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10일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로써 충남도내에서는 천안 10곳, 공주 2곳, 홍성 1곳 등 13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의심신고가 1곳 추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는 현재까지 81곳에서 구제역이 확진돼 8만50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최근 농림부는 예방접종이 더 효율적이란 이유로 소독활동이나 이동제한 등을 최소화 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항체 형성률도 떨어지는 등 구제역은 계속 전염되고 있다.
예방접종과 함께 좀 더 신속하고 철저한 소독활동 등을 펼쳤으면 방역효과는 두배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성주민들은 “한 마을에만 십수만마리의 돼지가 모여 있는 홍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발생농가 주변에 이미 퍼졌거나 퍼질 가능성이 매우 큰 위험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예방접종을 했다고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너무 안일한 방역활동이 결국 홍성까지 구제역을 불러들인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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