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만 대전선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과장 |
40대 여성이 유방암 검진을 받고 결과를 듣기 위해 외래를 방문했다. 이 여성은 유방 촬영술에서 좁쌀같이 작은 미세 석회가 관찰되었고 다양한 모양의 여러 개의 석회가 한 구역에 모여 있었다. 미세 석회가 동반된 혹에 대해 초음파로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0기 유방암으로 진단되었다.
유방암 검진은 유방암의 조기진단과 사망률의 감소를 목적으로 한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30세 이후 매월 유방자가검진, 35세 이후 2년 간격으로 의사의 임상 진찰,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의사의 임상 진찰 및 유방촬영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4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2년을 주기로 유방촬영검사를 실시하고, 의사의 임상 진찰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2년 국가 암 검진 통계에 의하면 유방암 검진 총 대상인원 중 58%의 여성이 유방암 검진을 받았고, 4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유방암 검진을 해본 적이 있는 비율과 국가 암 검진의 권고안대로 검진을 시행한 비율이 2012년도에 각각 82.9%, 70.9% 로 유방암 검진의 활성화와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한국유방암학회의 2012년 자료에 의하면 0기 또는 1기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56.4%까지 증가하여 조기 유방암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0기 암의 경우 13.2%를 차지한다. 이 경우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기 전 진단된 경우로 유방암 검진의 활성화가 조기 유방암 환자의 발견과 진단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 유방암의 환자의 생존율(5년 상대생존율)을 보면 2006~2010년 동안 91%로 미국 89.2%, 일본 89.1% 등 주요 의료 선진국보다 앞선다. 이는 유방암 자체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기도 하지만 유방암 검진의 활성화와 치료수준의 향상, 양질의 표준화된 치료가 유방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적용돼 치료효과가 극대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의 5년 전체 생존율은 병기에 따라 0기는 98.8%, 1기는 97.2%, 2기는 92.8%, 3기는 78.7%, 4기는 44.1%로 아직 병기에 따른 생존율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증가하여 2000년에는 10만 명당 4.8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7.9명으로 늘어났다.
한국 여성의 유방암은 다른 나라의 유방암과 비교할 때 차이가 있다. 먼저 서양여성의 경우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방암 발생빈도가 증가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50대 중반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로는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둘째로 한국여성의 폐경 후 여성 유방암의 발생비율이 폐경 전 여성 유방암보다 높지만, 폐경 전 유방암의 비율을 볼 때 40대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높고, 40세 이하 환자도 약 15%를 차지한다. 이는 서구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한국 유방암 환자만의 차이를 고려해 시행되는 유방암 검진은 40세 이후 여성부터 유방 촬영술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 검사는 적은 방사선량으로 유방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최근 디지털 유방촬영술이 도입되면서 50세 이하의 치밀 유방을 가진 여성에게도 좀 더 정확한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검사자의 연령이나 유방 내부구조에 따라 불필요한 추가검사를 하거나 유방암이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한계점은 유방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보완될 수 있다.
유방 전문의와 검진을 통해 검사한 유방 촬영술 영상을 함께 살펴보며 유방 전체가 잘 포함되어 촬영이 이루어졌는지, 정상 또는 치밀유방의 의미는 무엇인지, 유방의 다른 의미 있는 소견(비대칭, 미세석회, 혹 등)은 혹시 없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 유방 초음파와 미세 석회의 평가를 위한 유방 확대 촬영술이 이루어 질 수 있다. 때로는 유방 내 혹에 대해 조직검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유방 전문의와의 상담 및 진료를 통해 유방암 검진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하게 되면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거나 항호르몬(내분비) 치료로 대체하여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어 환자들이 힘들어 하는 항암치료를 피할 수 있다. 이는 초기 유방암의 높은 생존율도 의미가 있지만, 항암치료 중 환자가 받게 되는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조기에 유방암을 진단하여 치료받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고 있는 여성이라면 검진 결과지만 보고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정상'이라고 판정되어 있더라도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유방 전문의를 만나 함께 영상을 보며 상담 받기를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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