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는 달리 대전시를 비롯한 충청권 자치단체와 지역정치권의 반응은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미지근한 입장을 보여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밤늦게 호남고속철을 광주와 여수로 직행토록하는 내용 등의 KTX 운행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해 광주·목포·여수·순천으로 가는 KTX는 서대전역을 거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권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충호(영남·충청·호남)시대', '충청권 대망론', '당의 심장' 등 정치적 위상 확대와 달리 호남의 기득권 지키기에 명분이 확실했던 서대전역 경유 노선 존치라는 지역 이익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미경유 사태로 인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지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선택 대전시장의 지방선거 대표 공약이었고, 지난 2005년 오송역이 호남선 KTX 분기점으로 결정될 당시인 17대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었던 점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다.
또 당 대표 출마자들이 서대전역 경유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데다가 호남이 대전의 경유 촉구에 반발한 것과 관련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한 지역 야당 인사들의 책임론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도 경유 불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최다선이자 원로인 강창희 의원(대전 중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구의 시급한 현안임에도 공동성명서 한차례를 제외하면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당 내부에서조차 '책임을 방기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다른 의원들의 경우도 해당 상임위 소속이나 현안에 확실한 해결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여당으로서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가운데 여야가 오송역 기능 약화라는 충북의 우려에 맞서 충청권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도 대전만의 힘으로 호남에 단독으로 맞선 것에 대해서 전략부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서대전역 경유 촉구 과정에서 지역적·정파적 이해에 매몰돼 같이 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오송역 분기 결정 당시 일부 노선 경유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처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대전시, 시민단체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는 “국토부의 결정은 꼼수”라며 “호남선 KTX의 전체 수요 중 30%를 차지하는 서대전역권 운행에 대한 배려없이 서울과 호남을 직접 잇겠다는 발상은 결국 코레일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진위는 이어 “국토부가 호남고속철 건설이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라는 설명이 기만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대전역 300만 이용객에 대한 최소한의 이동 편의조차 보장하지 않은 정책결정은 호남권의 수도권 접근성만 높인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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