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가 지난 5일 호남선 KTX 운행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놓고 대전과 호남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6일 대전 중구 서대전역 모습.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어정쩡한 결정으로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대전과 호남의 단절을 초래한 셈이다.
▲KTX 운행 기준 맘대로=코레일 등에 따르면, 경부선 철도의 경우 신경주역과 울산역을 경유하는 신설노선과, 밀양역을 경유하는 기존노선의 KTX 열차 배정 비율은 80대20 수준이다.
경부선은 2월 현재 KTX가 총 89회(왕복 기준) 운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설노선으로 1일 73회, 기존노선으로 16회 운행되고 있다. 신설노선 이용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철도 이용객을 배려한 결정이다. 신설노선인 신경주역은 지난 2013년 연간 222만9546명(승·하차 기준)이, 울산역은 498만6555명이 이용, 기존노선의 밀양역(305만1704명)을 크게 앞섰다. 그런데도 기존노선으로 약 20% 운행을 배정했다. 이용객이 적은 곳임에도 20%를 배정한 것으로, 이용객이 많았다면 운행 비율을 더욱 늘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호남선 서대전역처럼 이용객이 많은 곳은 약 40%는 배정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호남선의 심장부인 서대전역 배정은 경부선과 대조적으로 0%다.
▲명분도 실리도 잃어=KTX가 서대전역에 정차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서대전역을 지나는 KTX는 '기존 호남선'을 이용해 전북 익산까지만 운행한다. 하루 18회 운행하지만, 광주까지 가지 않는다. 정읍이나 광주 등으로 가려면 익산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호남권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KTX가 서대전역을 거치지 않고 오송에서 공주와 익산, 정읍을 거쳐 광주 송정리로 직접 온다. 그만큼, 시간을 단축했다는 점에서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운행횟수는 대폭 줄었다. 애초 4월 개통되는 호남고속철도 운행 횟수 평일 기준 74회, 주말 82회였다. 현재보다 20회 증편되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6편만(용산→광주 송정리역 호남선 44→48회, 용산→여수역 전라선 18→20회) 늘었다. 18회가 서대전역을 거치면서 운행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실제 호남권이 얻은 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경부선은 하루 160편으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호남선은 하루 68편으로 40분 간격으로 운행돼 경부선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된다. 더욱이 KTX를 이용해 광주~대전을 오갈 이용객들의 길이 막혀 불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충북도 손익을 따져야 할 처지다. 서대전역을 거쳐 익산으로 향하는 18편은 오송역에 정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말 KTX 전용선(호남선과 전라선) 68회 중 일부가 오송역에 서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무책임한 정부=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모든 지자체의 요구를 들어준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국가교통망인 철도정책이 국민편의성과 효율성, 경제성 등의 기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갈등과 후유증만 남긴 셈이다.
치유책이 시급하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대전과 호남, 충북이 모두 진정한 환영으로 돌아설 수 있게 하는 수습책이 필요하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운행횟수와 경유역 재조정, 수서발 KTX 개통에 따른 후속 대책 등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 한 인사는 “대전~광주를 오가는 이용객들을 감안해 일부 편수가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고 본다”며 “운행 편수를 기존대로 늘리고 그 중 일부가 서대전역을 지나 광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며, 모두 오송역을 거쳐서 운행하면 조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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