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으로 포장된 바닥에 조합놀이기구를 하나 세우고 그 옆에 그네나 시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놀이터가 복사한 듯 똑같이 만들어지고 있다.
편리함과 비용 등의 이유에서 간단하게 설치된 놀이터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메마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찾은 대전의 한 어린이 놀이터. '조합놀이터 1개 X 그네 2개'라는 구구단처럼 획일화된 놀이터 공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을 우레탄으로 포장하고 조합놀이대 하나를 놀이터 가운데 설치한 후 그네 2개를 그 옆에 설치하는 게 놀이터 공식처럼 여겨졌다.
'조합놀이대 1개 X 그네 2개'라는 어린이놀이터 조성 공식은 아파트 단지 내 놀이시설부터 지자체가 설치한 공원까지 그대로 적용됐다.
대전 서구 관저동과 유성구 진잠, 중구 태평동 일원의 아파트에서 아이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합놀이대 계단을 짚고 올라가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우레탄 위를 달려 그네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놀았다.
기구를 힘껏 돌려 그 안에 들어가거나 밖에 매달리는 회전놀이대나 철봉, 정글짐처럼 놀이터 필수 기구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놀이 방법을 새롭게 만들어 낼 나무나 돌, 흙은 주변에 없었고, 어른들이 만들어준 기구에 맞춰 노는 수 밖에 없었다.
주부 조모(36)씨는 “여기서 놀면 아이가 다칠 일은 많이 줄어들겠지만, 너무 단조로워 아이도 심심해 하는 것 같다”며 “실내놀이터를 더 자주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어린이놀이터 획일화 현상은 지난달 시행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앞두고 대전·충남 3500여개 놀이터에서 서서히 진행됐다.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놀이시설을 철거하고 안전인증서가 있는 놀이기구로 교체하면서 '조합놀이대 X 그네'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또 조합놀이대 하나가 최소 1500만원을 웃도는 등 비용 때문에 지자체나 공동주택에서 놀이기구를 2~3개만 설치하는 실정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은 “놀이터가 아예 사라지거나, 관리하기 편한 기구만 남겨놓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설치된 기구에 아이들이 맞춰 놀아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놀이터를 찾을 수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고 상상력을 키울 공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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