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통사고 현장에서 얼굴 없는 시민이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조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1시 20분쯤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도로에서 21살 조모 양이 길을 건너던 중 승용차에 치였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조 양은 머리에 부상을 입은 채 쓰러졌고, 119구조대가 곧바로 병원에 이송했으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안타까운 사고에서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조 양을 살리려 헌신한 시민이 있었다. 진한 밤색 점퍼를 입은 이 남성은 사고 현장에 쓰러진 조 양의 상태를 살피고 맥박 없는 조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사고 직후 목격자 상당수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상당한 조 양을 주변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남성은 흉부압박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한 생명의 끈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북부소방서 119구급대원은 “교통사고로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에게 일반인이 다가가 구호활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라며 “그 시민은 우리가 도착해 인계받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며 조 양 옆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31일 오전 3시쯤에는 중구 문화동 연정국악문화회관네거리에서 20대 만취 운전자가 운전한 승용차가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량 기사 안상수(32)씨 등이 인근 주유소에서 소화기 3개를 가져와 초기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이때 일반 시민인 40대 남성이 발이 끼어 몸과 얼굴만 보조석 방향으로 내민 여성을 잠바로 씌우고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았다.
그 사이 또다른 견인차량 기사 강윤석(33)씨는 소화기로 차량 내부에 번진 불을 진화하고 공구를 가지고 불붙은 차 안에 들어가 의자를 힘으로 젖혔다. 그때서야 여성 발목이 자유로워지면서 차량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여성을 몸으로 감싸 불길에서 보호한 40대 남성은 유독가스를 마셔 성모병원에서 치료받았고, 레커차 기사 강씨는 옷과 머리카락이 탔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 노모(64)씨가 숨졌다.
또 같은 달 29일 서구 내동 안골네거리에서 2살 아이를 가슴에 품고 운전하던 김모(35ㆍ여)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큰 사고는 아니었으나, 김씨는 아이를 가슴에 안은 채 난 사고에 심하게 당황했다.
이런 아이와 엄마를 위해 시민 A씨(부동산중개업ㆍ여)는 가게 문을 닫고 보호자를 자처해 구급차에 올라 병원까지 함께 갔다. A씨는 “아이 엄마가 당황해 해 병원에 함께 다녀온 것일 뿐 밖에 내보일 일은 아니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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