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동구 성남동 현대그랜드오피스텔 앞에서 비대위 관계자가 벽면 에어컨의 추락위험을 설명하고 있다. |
지하실은 외부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시냇물처럼 바닥에 졸졸 흐르고 있었다. 지하 5층(300㎡) 바닥 중 지대가 가장 낮은 곳에 설치된 모터는 쉴 새 없이 물을 건물 밖으로 뿜어내도 모터가 있는 곳까지 바닥 이곳 저곳에서 스며든 물이 모여들었다.
이 오피스텔 비상대책위원회 문상수씨는 “모터를 하루 꺼 두면 장화를 신어야 할 만큼 지하수가 발목까지 차오른다”고 설명했다.
지상 18층에 연면적 2만7000㎡에 달하는 이 오피스텔은 매년 안전점검을 실시해 구청에 보고할 시설물에 해당하지만, 2007년 이후 안전점검은 진행되지 않았다.
또 지하수가 유입되는 지하실에는 예전에 보일러 기름을 보관하던 유류탱크(3만7000ℓ)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람 키보다 큰 유류탱크 내에 기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최소한 오피스텔이 문을 닫은 전후로 안전을 위한 기름 제거 작업은 없었다는 게 비상대책위의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1층 상가 5~6곳은 임시전기를 끌어와 백열전구를 밝히고 전열기를 데워가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 현대그랜드오피스텔 3층 내부에 폐 집기류가 그대로 남아 있다. |
2011년 5월 전기가 끊겨 건물 전체가 폐허가 될 때 몸만 빠져나갔거나 버리고 간 이불부터 나무 옷장, 책상 등 집기류가 이곳부터 18층까지 층마다 남아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곳에 무단침입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1층 출입문을 힘으로 젖혀 들어온 뒤 화풀이하듯 문과 폐 집기류 이것저것을 부순 것으로 확인돼 경찰에 신고했으나 방범용CCTV 하나 없는 곳에서 무단침입자를 찾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때문에 비상대책위는 건물을 폐쇄하거나 건물 외벽에 추락방지시설을 하고 안전점검을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진행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비상대책위 조성식 부회장은 “대전에서 손에 꼽히는 큰 건물에 관리주체가 없어 안전조치를 사실상 못하고 있다”며 “공문만 내릴 게 아니라 추락방지 그물망이나 안전점검을 직접 진행해야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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