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분산 건립에 투입되는 500억 원을 과연 2013년 대전시와 체결한 MOU 협약서에 기재된 미래창조과학부의 약속으로 볼 수 있느냐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500억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0억원 상당의 시설이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지에 건립된다는 점에서 결국 미래부가 약속을 지켰다고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미래부의 '꼼수'라 할 수 있다.
2일 대전시와 미래부 등에 따르면, (주)신세계 컨소시엄이 43층 규모로 건립하려던 콤플렉스 내에서 과학성과 공공성을 대표하는 15개 층의 사이언스센터는 분산 건립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애초 계획상 사이언스센터에는 과학도서관과 사이언스 홀, 키즈 테마파크, 과거와 현재, 미래체험관, 멀티플렉스와 쇼핑 시설 등의 과학체험·문화관람시설이 입주할 예정이었다.
관련 재원은 미래부가 지원을 약속했던 500억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공제회 측에서 미래부의 500억 원 요청을 거부하면서 결국 원래 계획안은 무산됐다.
대안으로 가닥이 잡힌 건 공제회 측이 300억 원을 지원해 콤플렉스 내에 최대 13개 층 규모의 사이언스센터를 세우고, 나머지 200억 원은 미래부가 예산을 확보해 IBS 부지 내에 과학도서관을 독립건물로 신축하는 방안이다.
500억 원 중 300억 원은 분명히 받아냈다고 할 수 있지만, 200억 원은 어떻게 봐야 할지 애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와 대전시는 분산 건립되더라도, 과학도서관을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점에서 500억원 공익시설 지원 기조는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30년간 들어갈 막대한 관리비와 인건비 등 과학도서관 운영을 아예 미래부에 넘길 방침이다.
그러나 꼼수 논란은 여전하다. 미래부가 지원하기로 한 200억 원은 신규가 아니라 과학벨트 사업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래부 관계자는 “따로 2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면 기재부 협의 등 번거로울 수 있어 기존 과학벨트 예산을 조정하는 쪽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경실련 관계자는 “미래부는 200억 원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시는 부실한 행정력을 합리화하는 것 외에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동섭 대전시의원은 “미래부가 대전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대전시도 굴욕협상을 중단하고 협약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시 관계자는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으로, 큰 틀에서 500억 원 공익시설 지원 약속은 지켰다고 볼 수 있다”며 “MOU 체결 이후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분석하면 시는 더 많은 걸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콤플렉스 내 사이언스센터 층수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과학기술공제회와 (주)신세계 컨소시엄은 이달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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