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을 대표하던 성남동 현대그랜드오피스텔 앞 인도 위의 녹슨 환풍구가 장판에 가려져 있다. |
1992년 지하 5층, 지상 18층 규모로 개장해 대전을 대표하는 오피스텔 건물이 요금 미납으로 2009년께 상수도가 단수되고, 2011년 5월 전기까지 끊기면서 폐허로 전락했다.
건물 내 오피스텔과 상가 429개는 모두 비었고 한 건물에 서류상 소유자가 400여명에 달해 추락·화재·붕괴 위험에 대응하거나 책임질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달 30일 현대그랜드오피스텔 현관에 있는 길이 5m 환풍구 두 개는 지하 5층의 주차장 공기를 순환하는 곳으로 환풍구를 떠받치는 철제 구조물은 이미 녹슬어 붉게 변색했다.
위험해 보였는지 누군가 버려진 장판으로 환풍구를 덮어놔 눈가림해놨지만, 추락사고는 예방할 수 없어 보였고 장판 덕분에 주민들은 환풍구가 있는지도 모르고 장판 위를 걸어다녔다.
건물을 돌아 오피스텔의 부설 기계식 주차장에 가보니 안전 불감증은 더 심각했다.
승용차를 2~3층 높이로 들어 올렸을 철제 장비는 지난 수년간 방치돼 녹슨 채 휘어졌고, 절단된 부분이 날카롭게 도드라졌다.
기계식 주차장에는 물이 고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에 살얼음이 덮여 있었다. 동구청은 문제의 기계식 주차장을 완전 철거할 것을 현대그랜드오피스텔 측에 통보하고 과징금까지 부과했지만, 파산한 건물에 안전시설을 책임질 사람은 없었다.
특히, 지상 18층의 대규모 건물에 작동하는 소화시설이 없고 지하에 물이 유입되는 상황에 구조적 안전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건물은 2층부터 출입이 통제돼 올라갈 수 없도록 막아놨으나 1층은 상가 11개가 비상전기를 활용해 슈퍼와 수선 등의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 그랜드오피스텔 관계자는 “서류상 건물 소유자는 400여명에 달하지만, 그때문에 건물에서 생긴 문제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돈이 없어 파산했는데 건물 외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나 지하에 물이 고이는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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