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사과 진정성 없어” 충청민심 부글부글

시민단체·정치권 “고질적 지역주의 병폐” 지적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부산 사상)의 충청 총리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분노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영·호남 중심 패권구도에 지역민들의 반감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보영 평화통일자문회의 대전서구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남 출신을 총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충청지역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로, 차기 대권주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 실망감은 더욱 크다”고 비판했다.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도 “정치라는게 살아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보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후보가 눈앞의 이익에 쏠리는 아쉬움의 발언이었다고 본다”고 지적했고,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당대표 후보가 이완구 총리지명자를 두고 '국무총리는 당연히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는 발언은 정당 내부의 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그 동안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그대로 드러냈다는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은 한층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의원의 사과는 다른 기자회견 뒤 기자들의 질의에 응한 형식인데다가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문 의원은 지역에 내려와 무릎 꿇고 대전·충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대전 기초의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문 후보의 충청무시 망언은 용서받기 어려운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더욱이 충청인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음에도 자의가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 떠밀려 진정성 없고 무성의한 짝퉁 사죄로 충청인을 두·세번 우롱했다”고 질타했다.

같은당 충남도의원들 역시 도의회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통합을 해내려면 당연히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는 문 의원의 발언은 충청도를 외면하고 호남표 구애에만 혈안이 된 편협하고 옹졸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충청민들의 분노가 치솟자 문 의원은 충청권 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현 사태를 적당히 봉합하고 무마하려는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고, 충청민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한참 미흡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구자를 자처해 온 분이 이제 와서 또 다른 분열과 지역주의 망령을 획책하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자기모순에 다름이 아니다”며 “김종필 총리 이후 새로운 영충호 시대를 맞아 충청권에 희망의 축포가 쏘아졌는데 찬물을 끼얹는 정치금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역설했다.

한편, 문 의원 측은 긴급성명을 통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제 언급을 놓고 새누리당이 연일 저를 공격하고 있는데, 북한의 대남비방 성명에 가까운 도를 넘는 비방도 서슴치 않고 있다”며 “제 말을 악의적으로 곡해해 지역갈등 소재로 악용하는 것이야말로 지역감정 조장”이라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이어 “박근혜 정부 내내 이뤄진 반국민통합적 인사를 지적하며 이번엔 반대 50%를 포용할 수 있는 통합형 인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상징의 하나로 호남 출신을 발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현했을 뿐”이라며 “이 기회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대체 충청을 위해 뭘 했는지도 묻고 싶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충청권 4개 시·도당은 논평을 통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충청권 시도당이 문 의원에게 요구한 것은 대전·충청인 앞에 공식 사죄하라는 것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히 사죄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당 대표고, 대권 후보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본사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