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한 아파트 놀이터에 안전관리법을 준수하지 못한 놀이기구는 사라지고 폐타이어만 남아 있다. |
올해는 형들처럼 꼭대기까지 올라가보리라 다짐했던 철봉 정글짐도 막대기처럼 자르더니 어디론가 실어갔다.
놀이터를 아주 없애기는 미안했는지 어느날 시소 두 개와 그네 두 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우리 안전을 위해 철거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지만, 언제 다시 만들어줄지 아빠도 경비아저씨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빠가 통장인 친구 서현이는 “오래된 아파트를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지을 때 놀이터도 함께 만들어준대”라고 들은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빠도 모른대”라며 눈을 말똥거렸다.
이제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곳은 길 건너 PC방이나 옆 단지에 있는 놀이터밖에 없다. PC방은 초등학생인 우리가 가면 700원으로 한 시간 놀 수 있다. PC방에서 이상한 형들 만나는 게 싫어도 친구들끼리 어울릴 데는 게임방밖에 없어 어제도 갔다. 그도 아니면 셋이 모여 길 건너 다른 아파트 놀이터까지 놀러간다. 그 아파트는 허락받은 승용차만 들어올 수 있도록 막대기로 막아놨는데 단지 내 놀이터가 두 개나 있다.
그래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길 건너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나와 괜히 불편해서다. 우리 집에도 그런 게 생겼으면 좋겠다. 올봄에는 어디서 놀아야 할지 고민이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국민안전처장관이 고시하는 시설ㆍ기술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됐는지 검사하지 않거나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는 지난 26일부터 사용 중지됐다.
대전 어린이놀이터 1546곳 중 26곳이 임시폐쇄됐고, 충남 2071개 어린이놀이터 중 69개 사용중지됐다.
시 관계자는 “재건축을 예상하는 노후 아파트에서 일부 어린이놀이터를 임시 사용중지하거나 최소한의 기구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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