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투입구나 현관 렌즈구멍에 특수제작 도구를 집어넣어 디지털 잠금장치를 열고 절도행각을 벌인 일당 2명이 검거된 가운데 27일 대전둔산경찰서 관계자들이 증거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대전 둔산동의 빈 아파트를 자기집처럼 들락거린 절도범 일당 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우유투입구나 현관 렌즈구멍에 특수도구를 집어넣어 디지털 잠금장치를 열었고, 절도 후 가재도구는 제자리에 돌려놔 범행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둔산경찰서는 27일 전국 아파트를 돌려 빈집 절도를 벌인 오모(46)씨와 안모(45)씨를 특수절도혐의로 구속하고 함께 범행을 벌인 이모(45)씨를 쫓고 있다.
오씨 등은 디지털 잠금장치가 있는 현관문 중 우유 투입구나 밖을 보는 렌즈구멍이 설치된 아파트 단지를 노렸다.
초인종을 눌러 빈집으로 판단되면 미리 준비한 도구를 현관문 렌즈구멍이나 우유투입구를 통해 문 안에 밀어 넣었다.
오씨 등이 준비한 도구는 지름 2㎝ 남짓의 렌즈구멍에 삽입할 수 있는 내시경처럼 생겼으며 도구 끝에 초소형 CCTV를 달아 밖에서 문 안쪽의 잠금장치를 보면서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우유 투입구가 열린 경우 그 곳에 삼단봉 형태의 막대를 넣어 마찬가지로 디지털 잠금장치의 안쪽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다.
이렇게 5분만에 현관문을 통과한 일당은 집 내부에서 귀중품과 현금만 빼내 달아났고, 다른 가재도구는 하나도 흩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의 집에 절도범이 다녀간 사실도 며칠 지나서야 파악해 신고도 늦어졌다.
이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지난 16일 오후 3시쯤 둔산동 한 아파트에서 빈집 절도를 벌이는 등 확인된 둔산지역 범행만 10차례에 달했고, 하루에 3곳을 털기도 했다.
또 충북 청주와 전남 순천, 전북 전주 등 전국 아파트를 돌며 빈집절도를 벌여 총 23차례 2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확인됐다.
경찰은 수십대의 CCTV를 분석해 오씨가 사용한 대포차량을 확인하고, 수일간 잠복한 끝에 붙잡을 수 있었다.
둔산경찰서 이성선 형사과장은 “현관문에 보조열쇠를 설치하고 우유투입구나 렌즈구멍은 미리 막는 게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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