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민원과 시설노후 등을 이유로 이전 시기를 5년 정도 앞당기려 하지만, 재원 마련과 이전 장소, 민간투자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전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대전시설관리공단이 운영 중인 하수처리장은 40만4000㎡ 부지에 52개 동 6만3000㎡ 규모다. 하루 90만t을 처리하는 이곳은 3615억원을 들여 1983년 착공해 2000년에 완공됐다. 조성 당시만 하더라도 다소 외곽에 있어 별 민원도 없었다.
하지만, 도시가 팽창하면서 주택가 등과 가까워지면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시설도 노후되면서 이전, 리모델링 등의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0년 용역에 착수해 2년 후 환경부는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을 승인하면서, 이전 시기는 '2030년'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2000년에 완공했으니 내구연한이 30년이라는 이유에서다. 조건부 승인을 받은 시는 본격적인 이전 검토작업에 들어가 2013년 '2030 대전도시기본계획'에 반영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조기이전 추진 계획을 수립하라는 권선택 시장의 지시가 떨어지면서 이전 완료시기가 5년 당겨진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전민동 주민들과 유성구청 등이 너무 많은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올 들어 가장 최근에 수립된 계획에 따르면, 이전 완료시기는 2025년이며 장소는 유성구 금탄동 일대다. 전민동을 지난 갑천 하류 쪽이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는 신동·둔곡지구의 입구 부분이다.
시설용량은 하루 65만t(집약화 시설), 분뇨처리시설 340t 등이며 이전 비용은 8300억원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현 처리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들어가고 내년 연말까지 이전 기본계획 용역을 수립한다. 이어 2017~2018년 타당성 조사과 민간투자사업 심의, 민자 유치, 2020년부터 이전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단,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시설 노후에 따른 문제가 없을 경우 이전 완료 시기는 당초 계획대로 2030년까지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83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이다. 하수처리장을 처음 지으면 국비가 지원되지만, 이전이나 리모델링은 국비 지원이 안 된다. 다시 말해, 대전시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부지를 3.3㎡당 300만~400만원에 매각한다고 해도 공사기간 등을 감안해 5000억원 정도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투자 방식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민간이 맡을 경우 요금 현실화 요구 등에 따른 하수도 요금 인상과 상당기간 민간업체의 적자까지 보전할 수 밖에 없다.
금탄동 주민들과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먹고살 만한' 동네에서 대전에서 몇 군데 안 되는 시골마을로 이전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을 수 없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과 주민 위화감 조장 등의 측면에서 전면 이전보다는 추가 설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관리하는 공단 직원들조차 “필요성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고 말할 정도다. 시 관계자는 “이전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이미 발표했기 때문에 이전을 전제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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