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
특정 직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출산 후 3개월이면 직장에 복귀를 하게 된다. 3개월 정도 집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다 복귀를 위해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체중도 관리하고 외모도 가꾸고 출근을 위해 펌이나 염색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준비들이 두피에는 자칫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출산 후 3개월은 두피에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는 임신 시 호르몬의 영향으로 빠지지 않고 유지되던 머리카락들이 이 시점을 시작으로 눈에 띄게 갑자기 빠지는 휴지기 탈모가 발생한다. 하루 100개가 훌쩍 넘고 심한 사람은 400개까지도 빠진다. 말 그대로 머리를 감으면 하수구가 막히고 큰 머리카락 덩어리를 건져 버리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된다. 많은 경우 주로 두정부에서 앞머리 쪽으로 많은 탈모를 경험하여 헤어라인이 뒤로 눈에 띄게 밀리거나 중심부 머리가 휑해져 옆 가르마로 가리게 된다.
산후 6개월이 넘어가면서 삐죽삐죽 새로운 머리카락이 돋아나야 하는데 잔머리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빠지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주변에서 흔히 '3개월 정도 더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니 걱정하지 말라'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는 좋은 경우이고 내 상황이 좋지 않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첫 번째, 전반적인 체력 저하다. 산후에 밤낮이 바뀐 생활이나 피로,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면 스트레스는 올라가고 원기는 떨어지면서 신허(腎虛) 증상이 가속화된다. 산후에 떨어진 정혈(精血)을 보강하는 약재를 빨리 써야 한다. 구기자, 인삼, 당귀 등이다.
두 번째, 부족한 영양이다. 산후에 아이를 보고 수유를 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않고 빵이나 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하기도 한다. 출근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고 출산 후 바로 식이 제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빠지는 것이 많으면 반드시 새로 머리카락들이 나야하는데 이때 영양이 충분하지 못하면 새로 만들 재료가 부족해져 제대로 발모가 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발자 혈지여(髮者 血之餘)'라 하여 음식으로 먹은 것들이 혈로 만들어져 모발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다이어트로 체중관리를 하다가는 몸매는 예쁘나 머리카락이 휑한 상태가 될 수 있다. 활혈보혈(活血補血)하는 약재인 백하수오, 당귀미, 곤포, 고삼 등의 약재를 쓴다.
세 번째, 잘못된 두피관리이다. 출산 후 한동안은 머리를 감지 않는다. 산후풍 예방을 위해서다. 그러나 초기 일주일정도 넘어가면 매일매일 꼼꼼히 감아야 하는데 말이 쉽지 아이를 보다보면 그냥 넘어가 길면 일주일에 한두번 감기도 힘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 쪽으로 피지분비가 많아져 모공에 노폐물이 많이 끼는데 이를 모르고 방치하면 약해진 두피에 설상가상의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임신 시에 못한 염색이나 파마를 하는 경우도 많아 두피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다 탈모가 진행하는 출산 후 3개월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양이 빠지거나 긴 기간 지속적으로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체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는 늘면서 두피에 열감을 느끼는 경우는 가장 최악이다. 상열하한(上熱下寒)으로 얼굴과 두피는 항시 열이 생겨 따끈따끈하면서 가렵고 건조하거나 피지가 늘어 끈적이게 된다. 두피를 청열(淸熱), 소염하는 현삼, 측백엽, 현삼 등의 약재를 선별해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미루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큰아이가 3~4살 때 시작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늦지 않았다.
산후 탈모에 체력저하, 스트레스로 두피환경 악화가 복합된 탈모는 계속 진행하는 경우보다는 한창 진행하다 그 상태로 멈춰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늦었다고 낙심하지 말고 침치료, 한약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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