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의원 기용을 통한 충청권 총리의 발탁. 정윤회 문건 의혹 등으로 불거진 국정 난맥을 돌파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택한 히든카드다.
당초 정홍원 국무총리를 연임시킬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이번 인사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총리 교체를 통해 민심이반에 따른 국정동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침체된 국정 장악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연말 정산 논란 등으로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박 대통령 지지율이 마지노선을 넘어 30%대 이하로 추락하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잃을 것이란 위기감이 교체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당·정·청의 갈등과 함께 야권과의 대립 관계도 해소 수준을 넘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전략도 깔려있다.
이 의원이 지난 23일 총리 내정 발표 직후 첫 일정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찾아 야당의 긴밀한 스킨쉽을 나눈 데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포옹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무성 대표가 당시 “잘된 인사라고 생각하고 국민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당정청 중간에서 소통의 역할을 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특히 야당과 소통을 잘 하게 되는 역할을 해달라”고 기대했을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완구 의원의 총리 발탁은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역할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지난해 7월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김 대표가 아닌 서청원 최고위원을 사실상 지원했지만 그 뜻을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또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했을 때도 원내대표인 이 의원을 통해서 제동을 거는 등 김 대표를 견제해왔다.
때문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이 이 의원이 총리에 기용되고, 친박계 인사가 후임 원내대표를 차지하면 김 대표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이 의원의 총리 발탁은 충청권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영남의 지지 기반에다 충청권의 높은 지지가 뒷받침하며 당선됐다.
그러나 중간고사격인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 모두 야당인 새정치연합 측에 내어주면서 하반기 정국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이 실추된 상태다.
내년 4월 총선의 결과에 따라 하반기 국정 운영과 차기 대권도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이같은 맥락에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향배를 쥔 내년 총선에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충청권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자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이 의원을 낙점, 총리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자 등 충청권 출신 총리를 염두에 둔 바 있으며, 이 의원과 함께 같은 충청권 인사인 이인제 의원(논산·계룡·금산)이나 심대평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의 이름도 총리 후보자 하마평에 오르곤 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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