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속도'를 내세운 특정지역의 논리에 묻혀 국가교통망의 최우선 지표로 삼아야 할 국민 편의성이 외면받는 형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광주와 전남·북 국회의원 등은 21일 오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KTX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에 항의하고 철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KTX를 서대전역으로 우회 운행하는 방안은 수도권과 지방을 신속하게 연결하기 위한 호남고속철도의 건설 목적과 운영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KTX의 서대전역 우회 운행방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45분이 추가로 소요돼 '저속철'로 전락한다는 게 요지다.
앞서, 광주와 전남·북 시·도지사도 공동 성명에서, “운행거리단축과 속도를 높여 운행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호남고속철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남권 주민들의 과도한 희생을 전제로 한 서대전역 우회 운행방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북 전주시와 정읍시 등 자치단체에서부터 광역의회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할 정도다.
물론, 대전의 경우 대전상공회의소에 이어 모처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 나서, '서대전역 경유 철회는 텅 빈 열차라도 빨리만 가면 된다는 식'의 사고라며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대전의 호남 향우들도 생각해달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대전시도 이날 박용재 교통건설국장이 나서, “호남권만이 아니라 KTX 수혜지역을 확대해 지역을 상생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는 등 서대전역 경유 문제가 '호남과 대전의 대결', '새정치 집안싸움' 등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국민 편의성은 빠져 있다. 편의성은 말 그대로, 국민이 편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운행 중인 호남선철도는 1914년 개통돼 1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100년 동안 수도권과 충청, 호남을 연결하며 국민의 삶과 직결돼 왔다. 이 호남선의 중간지점인 서대전역에는 2013년 한 해 498만 4609명이 기차를 타고 내렸다. 100년 역사 만큼, 서대전역을 이용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KTX 호남고속철에 앞서 개통된 KTX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울산~부산)도 기존 경부선과 KTX 신설 전용노선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기존 선이던 밀양역과 구포역은 당초 경유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KTX가 6년 동안 오가면서 이용객이 늘어나 현재 하루 16~20회 운행되고 있다. 경기남부권 수요를 감안해 기존선인 수원역에도 KTX가 정차하는 것도 '국민 편의성'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철도교통계획 전공인 한 교수는 “철도 건설사업은 시기와 방법, 지역 등 다양하면서도 전략적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철도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국민과 국민을 연결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국민적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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