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21일 2~3개 면·동을 통폐합하는 '행정면(面)'과 '책임읍면동' 제도를 도입하기로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농어촌 인구 감소에 따라 행정조직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조치라지만 충남북 일선 시군 등에선 벌써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 3.0 지방자치 혁신' 추진 계획에 따르면, 행정면 제도는 2~3개 면사무소를 통합, 1개는 행정면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면사무소는 복지서비스 제공 등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주민 감소가 뚜렷한 농어촌 지역에 현재와 같은 공무원 조직을 유지하지 말고 주민 '맞춤형'으로 이용하자는 취지다. 대전은 해당되지 않는다.
예컨대 행정면이 아닌 면사무소의 경우 복지, 보건, 문화 등 지역별로 특화된 모델로 개선해 운영할 경우 지역 주민에게 오히려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면사무소가 사라졌을 때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러 다른 지역의 면사무소를 방문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다는 것이다.
노인층은 이를 위해 원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부담도 느낄 수 있다. 충남 A군 B 면장은 “농어촌은 해당 면사무소 공무원이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안다”며 “행정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하는 행정면 제도는 이 같은 기능을 약화시켜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가 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지역 거점이 사라지는 데 따른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천군수를 세번 역임한 나소열 새정치민주연합 충남도당위원장은 “면사무소는 지역거점 센터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라지면 해당 면 주민의 소외감과 박탈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라며 “정부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데 인구가 줄어든다고 행정조직을 없애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시 본청-일반구-읍면동' 구조에 따른 비효율 해소를 위해 2~3개 동을 묶은 '대동'을 신설하는 '책임읍면동제'도 마찬가지다.
인구 62만 명의 천안시에 책임읍면동제가 도입될 경우 적용받는 동 지역은 서북구 9개 동과 동남구 9개 동 등 모두 18개로 추정되고 있다. 안전과 복지, 민원관리를 책임읍면동에 이관하겠다는 게 행자부의 방침인데, 지자체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천안시 관계자는 “구청업무를 이관하면 구청인력도 빼줘야 하는데 반길 수 있겠느냐”며 “읍면동 책임제를 통해 3개 동씩 묶어 6개 대동을 만들면 몰라도 1개 대동만 만드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행정면 제도는 농어촌 인구감소에 따라 공무원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원서류 발급 등의 불편에 대해선, “인터넷 발급 또는 집배원 배달제 등을 이용하면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천안=김한준·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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