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한 욕심 남았지만
지금은 업무 파악이 먼저
홀어머니와 언니는 나의 힘,
첫 월급 타면 함께 여행갈래요
“정말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
긴 생머리에 아직 젖살이 빠지지도 않은 앳된 얼굴이지만 직장생활을 묻자 초롱초롱했던 눈빛은 바로 진지해 진다.
또래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대학대신 취업을 택한 김민희(20·대전신일여고 재학·사진)씨.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말 그대로 미생이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을 생각해 특성화고로 진학해, 청년백수 300만시대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도 취업했으니 또래중에서 가장 완생의 모습으로 인생의 출발점에 섰다. 김 씨는 지난해 대전 지역 특성화고 가운데 유일하게 교통안전공단 하반기 공채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12월에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그땐 학교에 취업이 안된 아이들이 몇 안됐어요.” 대기업과 은행권에 취업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직장으로 출근하자 김 씨는 조금씩 조급증도 났다. 더욱이 교통안전공단의 마지막 면접시험에서는 준비하지도 않은 토론 면접이 진행했다.
“사실 인성 면접만 많이 준비했거든요. 토론면접은 딱 한번 토론 면접을 준비하는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었어요. 그 때를 생각했어요.”
그동안 노력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합격소식을 들었을때 식구들 모두 기뻐했어요. 첫 출근날에는 멀리 계신 할머니가 축하하러 오셨다니까요.”
또래들이 화장과 예쁜 옷을 입고 대학 새내기의 꿈을 키울 동안 김씨는 정장을 입고 직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간호조무사 일을 하시는 어머니가 집안의 가장으로 나서자 중학생때 이미 대학진학을 미룰만큼 철이 들었다. 경제적 상황이나, 일반적인 또래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김 씨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중에 어느정도 자리 잡히면 공부는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직장에서 업무 파악이 우선인걸요.” 지난 12일 첫 출근을 해서 이제 직장인이 된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지만 벌써 한달이 지난 것 만큼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단다.
교통안전공단 대전검사소에서 현재 김 씨가 하는 일은 예약 접수와 전반적인 회계관리. 퇴근 이후에도 꼭 한두시간 남아서 업무 파악하는 열혈 직장인이다.
“직장생활은 재밌어요. 검사소 분들이 모두 다들 잘해주세요. 다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어서 새로 배워야 하는 게 있어요. ”
아직 첫 월급은 타지 못했지만 월급을 타면 엄마와 여행도 가고 여러 추억도 쌓고 싶단다. 김씨에게 어머니는 '정신적 지주'이자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언니와 저, 그리고 엄마 그렇게 세사람밖에 없으니까요. ”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생각했으면 망설이지 말고 빨리 행동하자”라며 짐짓 어른같은 말을 하다가도, 쉬는날 뭘 하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만나 스트레스를 풀거나, 집에서 그냥 쉰다”고 말할때는 영락없는 스무살의 모습이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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