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상 실적을 위한 정부 지침에 따르기 위해 상당수 기관마다 누군가는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정부가 연구현장에 적절치 않은 상대평가를 통한 퇴출자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일 전국공공연구노조와 출연연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정부는 올 들어 첫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2013년 12월 발표한 1단계 대책에 이어 13개월 만에 내놓은 것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성과가 부진한 공공기관 간부의 '2진 아웃제' 도입. 공공기관 부장급 이상 간부가 2회 이상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경고를 받게 되면 퇴출당하는 제도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 경쟁 시스템을 만들어 우수 인재로 생산성을 끌어 올리고 중첩되고 방만한 기능을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이같은 상대평가가 적절치 않아 정부의 대책이 결국 연구현장의 황폐화를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상대평가는 연구현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적내기 대책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간 칸막이를 없애 상호 융합연구·협력을 외치고 있지만 약육강식이나 무한경쟁, 우수인재의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는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탓에 일반 공공기관과 단순 비교가 어려운 연구현장, 즉 대부분 정부출연연에서는 누군가 퇴출당하는 폐해가 불가피해 융합연구나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출연연 대부분은 2진 아웃제, 3진 아웃제를 도입한 상황이지만 아직 적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정부의 책임을 공공기관에 전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연구현장에는 왜곡된 평가, 퇴출에 악용될 수 있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 대책에 따라 출연연마다 무조건, 누군가는 퇴출자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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