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찬희 교수(을지대병원 산부인과) |
이씨처럼 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은 산부인과 가기를 꺼린다. 그러나 이 때문에 치료 시기가 늦어져 제때 산부인과를 찾았다면 예방이 가능한 자궁출혈, 각종 질염에서부터 자궁경부암, 난소암에 이르기까지 꼭 치료해야 할 병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혼여성들이 산부인과에 꼭 가야하는 이유에 대해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진찬희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생리통은 당연하다(?)=생리 때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은 자궁을 수축시켜 생리통을 유발한다. 생리를 하고 있는 여성의 60~70% 이상이 생리통을 경험한다. 단순히 생리기간에 아랫배와 허리의 통증을 경험하는 정도에서 구토, 빈혈 등의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증상의 정도도 미약한 정도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한 정도까지 다양하다. 특히 출혈량이 많을 경우 의복이나 침구 등을 더럽힐 염려로 많은 불편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생리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생리통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골반의 다른 기능적인 질병과는 상관없는 1차적 통증과 자궁내막증이나 다른 질병에 의해 유발되는 2차적 통증이다. 평소보다 통증이 심하거나 생리 양에 변화가 있다면 자궁에 혹이 생기는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등 자궁과 관련된 병과 주로 난소에 종양을 유발하는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중 특히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나 평소 생리통이 심했거나 생리 양에 변화가 있던 경우에 발생하기 쉬어 평소 생리가 이상이 있거나 생리통이 있는 여성이라면 주기적으로 자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생리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은 경우에도 자궁 발육이나 난소 기능 등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도 있어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불규칙한 생리주기=평균 여성들은 28일마다 생리가 온다. 생리 주기는 계절과 일조량, 식생활 등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보통 21일에서 40일 정도의 생리주기를 벗어나면 이상이 있다고 진단한다.
생리불순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난소에 여러 개의 물혹이 생기는 경우, 갑상선 기능장애, 뇌하수체 호르몬 이상, 난소종양, 과도한 다이어트나 비만으로 인해서도 나타난다. 이럴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무월경'인 경우도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심한 다이어트 등도 무월경의 원인이 될 수 있으나 때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의 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날이 아닌데 출혈이(?)=생리기간에 나오는 정상적인 출혈 외에는 모두 '부정출혈'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난소기능이 약하거나 여성호르몬의 기능이 좋지 않아 출혈이 일어나는 것으로 미혼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배란이 안되거나 불규칙적으로 배란될 때, 자궁내막염이 있거나 자궁근종이 있어도 부정기적 출혈을 하게 된다. 월경을 빈번히 하거나 출혈이 적더라도 기간이 보름이나 한 달씩 지속되면 얼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
초경 직후엔 자궁내막의 조절 기능 장애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염증, 외상, 혈액 응고 장애, 피임약 등 약물 부작용, 정신적 긴장 등이 자궁 출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자궁내막염 등의 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단 출혈이 되면 병원에 와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궁·난소 질환은 소리없이 진행=자궁과 난소관련 질병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출혈, 복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이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몸의 변화를 잘 살피며 정기 검진으로 초기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주로 자궁경부암 검사와 난소·자궁체부 이상을 검사하는 초음파 검사, 성병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진찬희 교수는 “생각 외로 미혼여성들 중에서 부인과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병원을 찾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감기에 걸렸거나 배가 아프면 병원을 찾듯 산부인과에 가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어 “결혼하지 않았다고,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생리 이상이나 비정상적 신체 변화가 나타나면 반드시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 정도 산부인과 진찰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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