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호남고속철도 갈등'을 풀 수 있는 핵심은 '국민 편의성과 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대전·충남 VS 충북·호남권 사이의 마찰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지역'의 이익을 높이고 손해를 줄이기 위한 강경한 태도를 '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KTX 호남고속철도와 같은 국가 기간산업과 관련한 갈등은 경쟁보다는 상생 방안이 중요하다. 자칫 '지역 이기주의'가 국가사업 전체를 비정상적으로 변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생 방안의 핵심이 바로 국민 편의성과 효율성이다.
KTX 호남고속철도는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와 충남, 충북, 전북, 광주를 거쳐 전남 목포까지 가는 노선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충북 오송역까지는 기존 경부선이고, 오송역에서 남공주역과 익산역, 정읍역, 광주 송정리역으로 이어진다. 기존에는 오송역에서 서대전역과 계룡, 논산역을 거쳐 익산역으로 갔지만, 오송에서 익산까지 신설 노선이 생기면서 KTX가 서대전과 계룡, 논산역에 멈추지 않는다.
100년 이상 호남선을 이용했던 대전권역 이용객들의 불편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KTX 호남선 대전권역 승·하차 승객은 모두 193만5000여 명이다. 서대전역이 163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계룡역 18만여 명, 논산역 12만여 명 등이다. 호남선 이용객의 30% 수준이다.
또 지난해 기준 호남선 서대전(498만4609명)과 계룡(62만489명), 논산역(146만5250명) 승·하차 승객은 707만348명으로, 하루평균 1만9370명이었다. 대전시가 현재 KTX 호남선 운행 횟수의 50% 정도는 서대전역을 거쳐야 한다고 요청한 것도 국민 편의성 측면에서다.
KTX 경부선 수원역과 밀양역 등도 이용객의 편의성을 근거로 경유역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선 충북과 호남권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신설 노선과 기존 노선을 병행하면 45분이 추가로 소요돼 KTX가 '저속철'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1시간 33분이면 되는데, 서대전역 등을 거치면 2시간 18분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서대전을 거치면 시간 절감 효과가 전혀 없어 고속철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며 “서대전을 경유하는 KTX는 승객이 이용하지 않아 적자를 내고 민원도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도 관계자는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이용객이 분산될 수 밖에 없어 오송역의 기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 편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경유'가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꼽힌다. 오는 3월 호남고속철이 개통되면 호남선과 전라선 KTX 운행은 82회으로 증편될 예정이다. 이 중 18회 정도만 서대전역을 거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성과 효율성에다, 자신들의 수익성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코레일이 내놓은 방안이다. 당초 50%를 요구했던 대전시 입장에서는 절반 이상 반영되지 않는 수치이고, 절대 불가인 충북과 호남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지역만을 고려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본다”며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달 중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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