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당사자들은 협상체결을 위해 모든 준비를 끝냈지만, 미래부가 이제 와서 500억 원은 '국비 지원'이 아니라며 발뺌하면서 당초 사업계획이 상당히 변질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8일 미래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미래부와 대전시, 기초과학연구원, 대전마케팅공사는 지난해 7월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거점지구 조성 및 대덕연구개발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의 핵심은 엑스포과학공원에 조성하는 창조경제 핵심시설인 '사이언스센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미래부(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가 500억 원, 대전시 민자유치 2000억 원 등을 통해 첨단기업과 과학도서관 등 과학기술 관련 시설과 시민편익시설을 만들겠다는 것.
대신 미래부는 과학벨트 부지인 신동·둔곡지구 중 둔곡지구 기초과학연구원 터를 산업용지로 조성하고, 엑스포과학공원 일부 부지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원래는 기초과학연구원을 둔곡지구에 조성하는 계획이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대전에서 가장 '좋은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시는 미래부로부터 500억 원을 받는 반면, 과학공원 내 기초과학연구원 터(26만㎡)를 20년간 무상임대하며, 기간 만료때 동일조건으로 사용기간 등을 자동으로 연장한다는 협약서에 서명했다. 다시 말해, 대전시는 손해까지 보면서 미래부의 요구를 들어줬는데, 1년 6개월여만에 '500억 원 지원'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29일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는 사이언스 콤플렉스 우선협상대상자인 신세계 컨소시엄과 실시협약을 맺으려 했지만, 미래부가 확답하지 않아 지난 16일로 한 차례 협상기한을 연장했다. 그런데 또 다시 오는 26일로 미뤄졌다.
사이언스센터가 기획재정부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미래부는 국비지원이 아니라 과학기술인공제회 기금을 활용하려고 공제회 측에 투자를 종용했다. 하지만, 공제회 측은 원금보장이 불투명하고 수익률도 안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미래부가 온갖 인센티브 지원을 쏟아내며 설득하고 있지만,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오는 26일까지 500억 원 지원이 무산되면 이 부분을 뺀 채 신세계 측과 협약체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실시계획이 확정되는 4월까지 500억 원이 지원되면 사이언스센터를 당초 건축 계획(43층 규모)에 반영한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할 예정이다.
그러나 4월까지도 500억 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콤플렉스는 43층 규모에서 사이언스센터에 해당하는 15개 층을 뺀 28층으로 조성된다. 이럴 경우 과학성과 공공성은 크게 약화되고 유통상업시설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 기존 상권 등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19일 현안사업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공제회 측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미래부가 계속 압박하고 있다”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과학성과 공공성 기조를 유지할 몇 가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