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탈꼴찌로 되겠습니까? 우승을 해야지"

꼴찌만 면하자는 안일함 대신 우승 의식 가져야 결과 좋아 선수 특성따라 적재적소 배치, 2군까지 챙겨 성적 올릴 것

[중도초대석]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 사진=이성희 기자

한 때 잘 나가던 재일교포 2세 야구 선수는 부상으로 포지션을 바꿨다가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그리고 고교 야구를 거쳐 프로야구 지도자로 입문한 이후 한국의 6개 프로야구단 감독을 지내면서 최고의 조련사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를 맡아 '한국 야구의 새로운 실험'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로 한화이글스의 새 사령탑을 맡은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73) 감독이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독수리 추락' 이라는 잔혹사를 짊어진 한화이글스. 그 잔혹사를 말끔히 지우고 '독수리의 비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한화의 현실을 가감 없이 밝혔고,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철학도 꾸밈없이 전했다.<편집자 주>


-한화행을 결심한 계기는.

▲한화팬들이 나를 원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고양원더스 해체 후 쉬고있는데) 갑작스럽게 (한화에서) 연락이 와서 한번 해볼까 하는 느낌이 있었고, 가야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김 감독은 취임과 함께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히며 강한 의욕을 보여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를 우승이라고 했는데 자신 있나.

▲탈꼴찌라고 하면 그 자체가 안일한 것이다.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올해다. 선수 위치에서 보면 보고는 싶지만 너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선수들이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승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 우승이라는 의식으로 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부담은 없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부담은 어느 팀이나 있다. 나는 물론이고, 팬과 선수 모두 갖고 있는 부담일 것이다. 사실 고양원더스에 있을 때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한화에 오니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그만큼 절박함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한화에 온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교체하고, FA 3인방을 영입하는 등 팀 전력 강화에 나섰지만, 막상 와서 각종 데이터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니 '매일 깜짝깜짝 놀랐다'는 말로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주는 팀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었다.

-한화의 문제점을 설명한다면.

▲야구의 기본은 점수를 적게 주고 많이 가져오는 것인데 쉽게 뺏기는 게 문제다. 한화는 많이 주고 많이 가져오는 경향이 많은데 그래서 역전패를 많이 당한다. 한화의 경기를 지난 1년 내내 보니 외야 수비가 약하다. 이것은 투수방어율과 관계가 있다. 안타 1개보다 실책 1개가 크다. 실책으로 팀에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을 보면 1군과 2군, 3군 간 차이가 너무 크다. (아마) 국내 프로야구단 중에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앞으로 나는 2군도 간섭할 것이다. 2군 감독과 자주 연락하고, 시간 나면 가고, 불러서 연습도 시킬 것이다. FA로 영입한 투수들도 기록을 보니 참 힘들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화는 (부진한 성적 등과 관련해) 도망가고, 해명하더라. 데이터를 보더라도 대타 성공률, 중심타자 득점권 타율, 피처의 피안타율, 팀 간 성적 등을 보면 이런 모양새인가 싶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투수가 중요한데 어떻게 운용할 건가.

▲10개 구단 체제로 가면서 다른 구단들은 6선발로 간다는데 나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5선발로 갈 것이다. 그런데 용병과 FA 선수들을 보니 이렇구나(생각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든다. 방어율을 어떻게 낮출 지 중점적으로 해야겠다.

-코칭스태프에게 따로 주문한 게 있나.

▲코칭스태프는 전부 눈을 야구장으로 돌리라고 했다. 우리 위치가 어딘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 같은 방향, 의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그게 되지 않으면 나가라고 했다. 오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선수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한화는 젊은 선수가 많은 구단이어서 희망이 있다고 하는데.

▲젊은 선수 많다고 했는데 와서 보니 시합경험이 젊은 것이고, 이긴 경험이 별로 없는 것이더라. 페넌트레이스 때 젊은 선수도 있지만 대체요원일 뿐 정규 전력은 아니다. 야수가 전부 30대다. 이것은 10개 구단 중 유일할 것이다.

김 감독은 자신의 리더십과 믿음에 대한 철학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밝혔다.

-그래도 선수들을 믿어야 하지 않나.

▲선수를 얼마나 믿느냐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믿지 않는다. 믿음은 그 선수가 가장 잘 하는 포지션이 어디냐 하는 것이다. 리더는 선수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선수를 세밀하게 알아야 한다.

-그게 김 감독의 리더십 철학인가.

▲리더는 조직을 잘 훈련시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그렇다고) 나 혼자 살겠다고 일한 적 없다. 아무리 비난해도 소용없다. 이기는 야구를 할 것이다.

-선수를 위해 대출까지 받을 정도로 애정도 많다고 들었는데.

▲내 속에는 (상식적으로 사는) 인간 김성근과 리더 김성근 둘이 있다. 감독으로 있을 때 나는 리더 김성근이다. 선수를 무자비하게 바꿀 때는 바꿀 것이다. 선수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보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팀을 떠나면 같이 술 먹으며 논다.

-너무 강력한 리더십을 고수하면 본인이 힘들지 않나.

▲리더는 외롭고 고독한 것이다. 힘들다고 느끼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 자체(외로움과 고독)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 감독은 끝으로 보살팬이라고 불릴 정도로 믿음이 강한 한화의 팬들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충청도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OB때 대전에 한 4년 정도 있었는데 사실 그 후로는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전에 와서 학생부터 노인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감사하다고 하더라. 그런 걸(만년 꼴찌인데도 연고팀에게 변함없이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 강하게 본다.


▲김성근 감독은

1942년 일본 교토 부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교토 가쓰라고등학교에 재학 중 1959년 제4회 재일동포 학생 모국 방문 경기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고교 졸업 후 일본 사회인 야구팀 교토상호차량에서 뛰다가 1960년 재일교포 성인 구단 방문 경기 후 동아대학교에 스카우트됐지만 중퇴하고 1961년 교통부에 입단, 한국에 정착했으며,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로 1969년 초까지 활동했다.

좌완 투수였던 김 감독은 빠른 직구를 주무기로 1961년 제4회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때 대표팀에 발탁돼 준우승을 이끌고, 1963년 대통령배 가을 리그 인천시청과의 경기에서 볼넷 1개만을 내주며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으며, 1964년 실업야구 연맹전에선 다승 공동 2위(20승 5패)에 오르는 등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하지만 혹사로 어깨 부상을 입어 야수로 전업했고, 1969년 이른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했다. 은퇴 후 마산상고 감독을 맡으면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김 감독은 기업은행 투수코치(1970년) 및 감독(1971~1975년), 충암고(1976~1979년), 신일고(1979~1981년)에서 감독을 맡았다. 1975년 제11회 아시아 선수권 때 대표팀 코치로 우승을 이끌어 체육 훈장 기린장을 받았고, 1977년 봉황기에서 충암고를 창단 9년 만에 전국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1981년에는 화랑기에서 신일고도 정상에 올려 놓았다.

1982년 OB베어스의 창단 투수 코치로 프로야구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김 감독은 OB베어스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그리고 이번 한화까지 무려 6개 팀 감독을 맡는 기록을 세웠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태평양(1989년, 3위)과 쌍방울(1996년 2위·1997년 3위)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켰다.

2002년 침체에 빠진 LG의 사령탑을 맡아 2002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지만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을 빚으면서 퇴진했다. 2006년 당시 한국 프로 야구 감독으로 활동한 15년간 통산 866승(803패 43무, 승률 0.519)을 거둬 김응용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의 1463승(22년간, 1125패 65무)에 이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2007년에 처음으로 이끌었다. 그가 맡은 팀의 선수들은 시즌 중에는 물론 비 시즌 기간에도 이른바 '지옥 훈련'이라 불릴 정도로, 막대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두선 기자 cds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