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확대… 비흡연자도 괴롭다

올부터 식당 등 포함 흡연자 길거리로 몰려 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도로보행 '위험'

올 해부터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비흡연자들의 '간접 흡연' 피해도 커지고 있다. 식당 등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이 금지됨에 따라 갈곳 없는 흡연자들이 대거 길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6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법원 앞 식당 거리. 점심 식사를 마친 남성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한참 동안 뻐끔뻐끔 담배 맛을 즐기며 개인적인 일이나 세상 돌아가는 담소를 나누는 등 이야기꽃을 피웠다.

반면, 이들의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담배 연기를 피하기 위해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인상을 찌푸리거나 이들을 째려보는 시민도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풍경은 식당이나 커피숍이 모여 있는 대전 도심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같은 이유는 새해부터 금연구역이 대폭 확대됬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식당, 커피숍, PC방, 당구장 등 모든 영업점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또 일부 커피전문점 등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흡연석'도 없애고, 별도 공간에 환풍구를 갖춘 '흡연실' 마련을 통보했다.

이로 인해 대전의 금연구역은 지난 해 5000여 곳에서 올해 1만 6000여 곳으로 3배가량 늘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흡연자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업주는 1차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으로 적발 누적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올라간다.

비흡연자인 회사원 김모(30·여)씨는 “금연구역이 확대된 후 길거리 흡연이 더 늘어 외출하기 겁이 날 정도”라며 “대전에도 길거리 금연구역이 지정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비흡연자 박모(38)씨는 “외식을 하기 위해 아이들과 같이 식당이 있는 곳을 지나다 보면 인도가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로 꽉 차서 위험하게 도로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흡연자들도 비흡연자들을 조금은 배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도 서울시 등 타 지자체처럼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곳 위주로 '금연 거리'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 관계자는 “한밭수목원, 엑스포시민광장, 보훈공원 등이 2012년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면서 “도심 거리의 경우 아직 금연 거리 지정을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