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보건소 마약관리 '소홀'

인수대장에 서명누락 등 절차무시… 철저한 확인 필요

천안시 각 보건소가 지난 수년간 검·경이 몰수한 마약류 등을 관리하면서 인수·인계서조차 작성치 않거나 검·경이 입회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체 폐기처분하는 등 관리가 소홀해왔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검·경과 서북구보건소에 따르면 2011년 9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부터 건네받은 메스암페타민인 일명 '필로폰'은 무려 90여g에 달하고 있으며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50과 세다젝트, 수퍼사슴OK 등 주사액은 1530㎖나 됐다.

경찰이 2013년 6월 3건의 마약사범적발을 통해 아편의 주재료인 양귀비 각 180그루, 327그루, 91그루 등 모두 598주를 서북구보건소에 인계했지만 서북구보건소는 인수대장에 서명을 누락시키는 등 관련 절차를 무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검찰이 몰수한 필로폰의 경우 3000여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4차례에 걸쳐 필로폰과 향정신성의약품을 넘겼지만, 인수인계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됐다.

현재까지 서북구보건소의 인수인계서 미작성이나 서명이 누락된 사실이 밝혀진 마약류와 양귀비 등은 모두 17건에 달하지만 이에 대해 천안시는 단 1명만 신분상 주의조치를 주는 데 그쳤다.

문제는 몰수한 마약류 가운데 필로폰이 담긴 주사기가 포함되거나 인근 타지역 경찰서에서 인계받은 양귀비 등도 있지만, 검·경 입회하에 폐기처분되지 않아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

실제 동남구보건소의 경우 검·경이 입회하지 않은 채 공문에 맞춰 담당 팀장과 팀원 등 2~3명이 마약류를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마약류는 분실·도난시 사실확인조차 어려워 몰수한 마약류에 대해 향후 철저한 확인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천안시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 것을 알았다면 가만있겠냐”며 “경찰은 관련 서류와 몰수한 마약류 등을 검찰에 송치하면 사실상 마약 수사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남구보건소관계자는 “검경이 보낸 공문에 따라 담당팀장 등 입회하에 폐기처분하고 있고 현재 남아 있는 마약류는 없다”고 말한 반면 서북구보건소 관계자 는 “지난해 경찰입회하에 각 마약류를 폐기처분했고 다만 인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천안=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