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전시립합창단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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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대전시립합창단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보고…

묻혀버린 장르특성 '소통 아쉽다'

  • 승인 2014-12-31 13:14
  • 신문게재 2015-01-02 16면
  • 오지희 백석문화대 실용음악학부 교수·음악평론가오지희 백석문화대 실용음악학부 교수·음악평론가
▲ 오지희 평론가
▲ 오지희 평론가
지난해 12월 23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시립합창단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다. 홀리 나잇(Holy Night)이란 제목에 걸맞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마니피캇 D장조(BWV 243)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BWV 248, 1, 5, 6부)로 성탄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거룩한 밤으로 다가오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마니피캇과 오라토리오라는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니피캇과 오라토리오의 공통점은 바로 가사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에 음악의 존재 이유가 있다. 마니피캇은 성모 마리아가 메시아를 잉태한 기쁨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며 부르는 노래가 그 기원이다. 오라토리오는 일종의 종교극에서 출발한 종교적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오페라는 볼거리가 화려한 음악극이지만 오라토리오는 의상, 무대장치, 연기와 연출이 배제된 채 합창을 중심으로 중창, 아리아, 레치타티보의 요소로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면 그 음악을 제대로 들었다고 할 수 없다.

바흐의 마니피캇 D장조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화려한 관현악으로 메시아의 탄생과 축복을 맘껏 표현한 걸작이다. 두 곡 모두 첫 시작에서 팀파니와 바로크트럼펫의 밝고 우렁찬 음색이 밝은 합창과 결합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바로크시대의 음악은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소규모 편성으로 세련되고 정확하게 연주해야 온전히 그 맛이 전달된다. 하지만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오케스트라는 전체적으로는 무난했지만, 정밀한 연주를 보여주지 못했고 합창과 성악반주에서도 조화로운 모습을 연출하지 못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핵심적인 음향으로 등장해야 되는 트럼펫이 시종일관 불완전한 연주를 했다는 점은 너무나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음악적인 면보다도 심각했던 것은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전혀 가사를 이해할 수 없었던 반쪽짜리 음악회로 열렸다는 점이다. 마니피캇과 오라토리오 음악회는 자막이 필수적이다. 자막을 따라 관객들은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감상해야 한다. 대전시립합창단이 부르는 독일어 가사를 관객들이 듣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전체 이야기를 설명하는 해설자 역할을 맡은 테너는 악보를 보느라 제대로 음악적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였다. 합창단원들도 지휘자와 노래 자체에 집중을 못해 정확하고 섬세한 표현을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이기도 했다.

훌륭한 지휘자와 능력 있는 합창단원, 최고의 레퍼토리로 만들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조금씩 부족한 음악적 완성도로 관객에게 거룩한 밤을 선사하지 못했다. 대전시향합창단의 소리는 정제되어 있고 아름답다. 그들의 목소리는 특히 바흐의 음악에 최고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져 있다. 역설적으로 그들은 기쁨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소통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바흐 음악이 지닌 참된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대전시민들은 열심히 박수치고 환호한다. 앞으로 계속 감동 있는 연주를 하라는 박수의 의미를 받아들여야 한다.

오지희 백석문화대 실용음악학부 교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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