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라는 이유로 무고하게 학살된 희생자 배상액을 줄이는 판결 앞에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오열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는 지난 24일 '피고' 대한민국이 김종현(77)씨 등 대전 산내 대전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유가족 192명에게 배상액을 일부 감액하는 내용의 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고, 유가족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전 산내사건은 1950년 6월 28일쯤부터 다음해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 등 최소 1800명이 산내 골령골(동구 낭월동)에서 군과 경찰에 불법 처형되고 매장된 역사를 말한다.
김종현 씨 등 산내사건 유가족들은 2012년 6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지방법원(재판장 오재성)은 지난해 4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되는 대전형무소 희생사건의 희생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희생자 본인 8000만원, 배우자 4000만원, 부모자녀 800만원, 형제자매 4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각각 결정했다.
하지만, 이어진 고등법원은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정종관)는 지난 8월 같은 소송에서 희생자 12명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희생자 6000만원, 배우자 3500만원, 부모자녀 각 700만원으로 감액했다. 또 3명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배우자 3000만원, 부모자녀 각 600만원으로 줄였고, 2명의 또다른 희생자에 대해서는 배우자 2500만원, 부모·자녀 각 500만원으로 위자료를 줄여 정했다. 불법 처형된 희생자 본인과 64년간 숨죽여야 했던 유가족의 위자료까지 줄인 셈이다.
대전산내산건희생자유족회 김종현 회장은 “감액된 희생자 12명은 당시 재판도 없이 단순히 형무소에 수감됐다는 이유로 고등법원에서 위자료가 줄었고, 3년형 또는 10년형의 선고를 받은 미·기결수도 형량에 따라 위자료를 크게 줄였다”며 “한국전쟁 당시 국가가 민간인을 살해한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사건에서 수감자라는 이유로 위자료가 줄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희생자로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희생자 중 현재까지 203명의 유가족이 7차로 나뉘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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