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갑 더” vs “한 갑만” 연말 담배판매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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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갑 더” vs “한 갑만” 연말 담배판매 실랑이

편의점 1인당 구매량 제한에 “비싸게 팔려는 것”애연가 의심 내년 금연구역 확대와 맞물려 전자담배·보조제 판매도 급증

  • 승인 2014-12-30 17:46
  • 신문게재 2014-12-31 5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 최모씨(31)는 최근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한갑에 2000원 넘게 오르는 담뱃값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흡연량이 하루 한갑 이상인 최씨는 내년도 담뱃값 지출에 대한 심적 부담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금연도 고려할 계획이다.

# 평소 흡연량이 많던 직장인 정모씨(33)는 한 번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2~3갑의 담배를 구매하는 게 습관이었다. 담뱃값 인상이 확정된 이후에도 마찬가지. 그러나 최근에는 원하는 담배 한 갑 사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몇 년간 즐겨 피우는 담배를 사러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품절됐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정씨는 “담뱃값 인상을 며칠 앞두고 편의점들이 사재기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내년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앞두고 담배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담배를 하나라도 더 사려는 애연가들과 물량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소매상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담배를 구하려는 애연가들은 판매업체가 차익을 노려 담배를 풀고 있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고, 담배를 판매하는 업주들은 담배를 사재기하는 손님인 이른바 '메뚜기 족'과 '매점매석' 행위가 전체로 비쳐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이에 현재 소비자들이 담배를 구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편의점은 '1인당 한 갑'이라는 안내표지를 붙이고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같은 종류로 2개의 담배를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심부름 같이 타인의 담배를 같이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제 중구 한 편의점은 최근 들어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미 인기 있는 품목은 동이 난 상태다.

담배를 사려는 이들이 몰려 1인당 담배 판매를 두 갑으로 제한했지만 수시로 동이 나는 바람에 손님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판매원은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판매점은 판매점대로 답답하다”며 “요즘은 담배를 사고파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한숨 쉬었다.

같은 시각 서구 괴정동 한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슈퍼마켓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계산대 뒤쪽에 자리 잡은 담배 진열대에는 곳곳이 텅텅 비어 있었다.

애연가 김모(44)씨는 “동네 편의점 등은 담배를 숨겨뒀다 단골에게만 판매하고 뜨내기손님에게는 없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하긴 하지만 며칠 동안만 그런 식으로 판매하면 당장 한 갑에 2000원이 남는 장산데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계적으로 흡연량을 줄이려는 애연가들이 늘면서 전자담배와 금연보조제 등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불과 이틀 뒤인 내년부터 담뱃값이 2000원(80%)이나 오르고 금연구역이 모든 식당·커피점 등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흡연자들로서는 금연 과제가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 집계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전자담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무려 17.14배에 이른다. 최근 한 달(11월 23일~12월 22일) 증가율은 1488%(15.88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담뱃값 2000원 인상 방침이 발표된 지난 9월 이후 전자담배와 금연 관련 상품 판매가 꾸준히 늘었지만, 인상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판매량이 더욱 많아졌다”며 “새해부터 금연을 하려는 애연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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