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후보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농협에 따르면 내년 3월11일에 전국 1360여개 농축협, 산림조합, 수협에서 동시에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충청권은 대전 15개와 세종 9개, 충남 151개의 조합선거가 치러진다. 조합별로는 농협이 154개로 가장 많으며, 수협과 산림조합이 각각 8개와 13개다.
이번 선거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보자가 선거 벽보·공보, 명함, 전화,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조합원들은 내년 2월24~25일 후보자등록 신청을 거친 뒤 26일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실제 선거운동이 14일에 불과한데다, 유세나 토론회 등을 통한 선거운동이 어려워 후보 검증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선거운동 기간에도 후보자를 제외한 배우자조차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나홀로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
A 지역농협 조합원 최모(43)씨는 “후보자의 비전이나 계획 등은 단순히 전단으로만 확인할 수 있어 누구를 뽑아야 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 유리한 선거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B 지역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는 “현 조합장은 조합원 전화번호 확보 등 유권자에 대한 정보가 많아 더 유리하다”며 “조합원과 처음 나서는 후보는 정보부재와 선거활동 제약 등으로 깜깜이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선거운동의 제약으로 투표율이 떨어져 대표성이 문제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의 조합 정관 표준안이 '과반수 출석·과반수 이상 득표'에서 '최다 득표'로 바뀌면서 우려감이 더 커졌다.
농협 한 관계자는 “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조합의 경우도 10명만 투표에 참여해 6표를 얻어도 당선될 수 있다”며 “투표를 여러번 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는 알지만 자칫 당선자의 대표성이 보장 안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이번 조합장선거는 6·4 지방선거와 2016년 4·13 총선 사이에 열리면서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으로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조합장 선거의 과열·혼탁을 막기 위해 법률상 제약이 뒤따르는 것”이라며 “첫 제도 운영인 만큼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깨끗한 선거를 위한 방안인 만큼 점차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입후보 예정 공무원·조합 임직원이 사직서를 지난 20일까지 제출하는 등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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