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남도의 더딘 긴급 예방접종 속도가 구제역 확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천안 동면 이 모씨의 돼지농장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판정됐다. 이로써 충남에서는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가 모두 3곳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의 느린 긴급 예방접종 속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평소 구제역 예방접종은 1년에 2차례 농가 주도로 실시되는데 농가로부터 의심신고 등이 접수되면 도의 긴급 예방접종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지난 21일 현재 긴급 예방접종을 마친 돼지는 천안·아산·공주 41만2000마리 가운데 25만5000마리로 62%에 그치고 있다.
도는 당초 지난 16일 천안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직후 21일까지 인근 지역 예방접종을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이 된 셈이다.
나머지 지역의 예방접종 속도는 더욱 느리다. 접종 대상 돼지 158만8000마리 가운데 예방접종을 마친 돼지는 43만5000마리로 27%에 그치고 있다.
백신을 투여한 돼지는 10~14일이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며 항체 형성 이전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입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감염되는 것이다.
긴급 예방접종을 1분 1초라도 빨리할수록 구제역 예방 확률도 높아지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이와 함께 돼지농가의 미숙한 예방접종 기술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는 구제역 파동 직후 천안·아산·공주 돼지농가의 항체형성률을 잠정 14~15%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접종이 계속 이뤄짐에도 이처럼 항체형성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보통 돼지 목에 접종하는 백신이 근육까지 파고들어야 항체가 형성되지만, 미숙한 접종으로 지방층에 분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도는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는 구제역 발생한 천안 등 인근지역 실제 접종률은 높을 것이라는 해명이다.
도 관계자는 “백신 공병으로 따진 통계로 실제로는 천안·아산·공주 지역의 경우 80%, 나머지 지역은 40%의 접종률을 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천안 인근 지역은 22일까지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예방 접종 속도와 기술에 대해서는 “2인 1조로 작업을 시행하는 데 하루 최대 700~800마리 접종이 한계로 인력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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