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진천에서 최초 발생한 구제역이 충남·북 등 14곳으로 확산됐다.
충북에서는 진천(8곳)·음성(1곳)·증평군(1곳)과 청주시(2곳)에서, 충남에서는 천안(2곳)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당초 백신 접종과 거점소독 등으로 인해 추가 확산은 없을 것이라는 당국의 기대가 무참히 깨진 가운데 진천을 둘러싼 모든 지자체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인접지역 중 경기도 안성은 현재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초기 단계부터 방역대책이 허술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표출했다. 불과 보름여 만에 중부권에서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방역망이 뚫린 것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제역 발생 초기 증평과 음성군은 진천군과 통하는 지역에 거점소독소를 설치하는 등 바이러스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7, 18일 연이어 해당지역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역민들은 어느 한 지역에서 가축 전염병이 생기면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인근이 모두 위험지역이라는 지적도 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농·축산인들은 애가 탄다.
진천군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한 주민은 “올해 초 애지중지 키웠던 오리를 모두 살처분한 뒤 겨우 몇 달 전부터 다시 오리를 키우기 시작했다”며 “AI가 다시 발생하면 이제 축산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3년전 구제역과 올해 AI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충청권에서 해당 바이러스들에 대한 신고가 잇따르면서 백신접종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방역당국에서 백신 접종을 맹신하는 바람에 조기 종식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동안 방역 당국은 매몰 대상 가축을 줄이기 위해 콧등 수포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개체만 골라 살처분했기 때문이다.
한 돈사에서 여러 마리가 의심 증상을 보일 때만 돈사 단위로 매몰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백신을 맞으면 2주내 항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지만 항체 형성 전 구제역이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일부 공무원들은 1차적인 책임은 축산농가에 있다며 방역 책임론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천군청의 한 공무원은 “한 대형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엄청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애초 구제역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따른 올바른 접종만 하더라도 구제역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신 접종이 미흡해 구제역이 발생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농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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