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이용객의 30%가 대전권이라는 점에서 수익성을 감안하면 서대전역 경유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타지역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 코레일은 장고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절차상 내년 3월 1단계 완전 개통 3개월 전인 이달 말까지 서대전 경유에 대한 최종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해야 하는 만큼, 대전에 본사를 둔 코레일이 누구의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21일 대전시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내년 3월 개통하는 KTX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은 충북 오송역에서 광주 송정리역까지 182㎞ 구간이다. 이 구간이 개통하면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리역까지는 1시간 33분이 걸린다.
기존의 호남선이던 서대전역은 경유역에서 제외됐다. 서대전역이 포함되면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리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45분 더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서대전역~익산역까지는 곡선 구간으로 평균 속도가 120㎞/h다. 직선 구간 평균 속도(250㎞/h)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45분이 더 걸리는 것이다.
충북과 전남·북이 결정적으로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고속철도 역할을 할 수 없으니, 광주로 가는 대전권 이용객은 서대전역이 아닌 남공주역 등을 이용하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기존 호남선을 이용해 KTX가 운행되다 보니 서대전역과 3군본부의 두마역, 논산훈련소가 있는 논산역을 이용하고 있지만, 내년 3월부터는 이용이 불가능해져 입대 장병 등의 불만이 만만치않을 전망이다.
대전시가 소요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 구간을 최대한 직선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호남고속철도 효율화 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객의 편의성과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의 경제성을 무시하고 효율성만 강조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3년 코레일의 KTX 호남선 대전권역 승ㆍ하차 승객 집계 결과, 모두 193만 5000여 명이 이용했다. 서대전역 163만여 명, 계룡역 18만여 명, 논산역 12만여 명 등으로, 이는 호남선 이용객의 30% 수준이다. 코레일 역시 막대한 수익 감소를 피할 수 없는 등 이런 문제 때문에 KTX 경부선 수원역과 밀양역 등이 경유역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정상 연말까지 (우리의)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전남ㆍ북과 충북 등 타지역과의 갈등을 감안해 현재 호남선 운행횟수(1일 왕복 48회)의 50% 정도라도 서대전역을 경유해 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전남지사를 지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지난 11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KTX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 문제는 충남과 호남 간에 교류도 되고 훨씬 이익이 되는 만큼, 서대전역과 호남선이 계속 함께 병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송년 기자회견에서, “민감한 문제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희진·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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