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빅(big) 3의 대전 결투' 가 예고되면서 지역 중소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역 유통시장에 국내 유통기업인 신세계, 현대, 롯데 등 대기업들의 진출하게 될 경우, 지역 중소상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유통점의 입점이 가시화 될 때마다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 마련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임시방편적인 방안만 제시될 뿐,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지역 중소상인들은 대형 유통업계들이 골목상권과의 다양한 상생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방안에 그칠 뿐 제대로 실행치 못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들의 진출에 앞서 지역상품 판매와 지역 업체 입점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과 지역사회와의 상생방안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 입점을 앞두고 상인 반발 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제품 소비 등에 비율을 명확히 제시하는 등 상생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구범림 대전상인연합회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들어설 경우 결과적으로 인근 소상인 및 전통시장은 꼼짝 없이 다 죽으라는 뜻”이라며 “소상공인들은 돈있는 대형 유통기업들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지자체, 정부가 나서 좀 더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자본 역외유출을 막는 하나의 방법인 대형 유통점 현지법인화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지역 18곳의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현지법인화가 이루어진 곳은 5곳에 불과해 오히려 대기업 유통점의 입점이 지역 자본 역외 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병희 대전주부교실 회장은 “대형 유통 업체들이 들어오는 것은 소비자에게 그만큼 문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점도 있지만, 이 유통업체들이 현지 법인을 하지 않을 경우 지역 자본 역외 유출 우려가 있다”며 “법인화를 위한 조례나 시책 등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소상공인이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대전시, 자치구 등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조직위원장은 “대기업 유통점 입점은 유통시장의 블랙홀과 같은 개념으로 지역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대기업 유통점들이 내놓은 상생방안은 실질적으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협약 단계부터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제품 소비 등에 대한 일정 비율을 명확히 제시하는 등 지역친화경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대형유통기업들이 대전 유통시장 진출에 나설 경우 지역 상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우려가 있다”며 “제대로된 규제방안이 없다면 중소 상권에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김동섭 시의원(시 유통상생협의회 의원)은 “대전시가 지역상권에 진출하려는 대기업 유통업체를 그대로 지켜보고 승인해주는 것은 지역 상권을 죽이겠다는 의도”라며 “시는 지역 골목상권을 비롯한 중소상인, 유통업체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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