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칼럼니스트 |
영혼의 소리. 인문학을 전공해 어휘를 조탁(彫琢)하며 살아가는 필자로서는 그들의 연주가 영혼의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프라노 노은실이 이은상 시인이 지은 노랫말에 채동선이 곡을 붙인 '그리워'를 부를 때는 더욱 그런 감동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립고 그리워 찾아 왔는데 애처로운 들국화만 갈꽃 바람에 날리며 아니 뵈는 옛님만 더욱 그립게 하는 계절. 낙엽 지는 계절은 누구나 애처롭고 서글픈데, 그런 계절에 왜 소프라노 노은실은 그런 노래를 선곡하여 관객들을 애상에 젖게 하는가?
그 순간만은 소프라노 노은실의 애잔한 음색이 관객들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 감상에 젖게 하였다. 그래 슬픔에 젖지 말자. 소프라노 노은실이 우리를 아무리 감상에 빠져들게 해도 슬픔에 젖지 말자. 그대 가슴에 내가 있고, 내 가슴에 그대가 있으니까 우린 슬퍼하지 말자.
어서 이 서글픈 늪에서 헤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소프라노 노은실은 그런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 더욱 깊은 심연(深淵)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젖어 러브라인에 빠져드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음 붙일 곳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왜 그런 줄 알면서 그것을 자꾸 되새기게 하는가? 눈물도 웃음도 흘러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부질없이 왜 헤아리려고만 하는가?
매우 지적인 매력의 가희(歌姬)가 이끌고 들어가는데 안 딸려가는 청중이 어디 있으랴.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은 듣는 것이 아니라 빨려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이었다. 가녀린 노은실의 목울대를 통하여 나오는 노랫말이 건반 위를 유영(遊泳)하는 피아니스트 윤현정의 손놀림에 의하여 그것은 예술로 승화되고 있었다. 거기에 지적인 매력의 아름다움이 플러스되었으니 도취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러브라인의 관계가 확실히 설정되는 순간이었다. 노은실과 윤현정, 그리고 보체다니마와의 러브라인!
보체다니마는 '영혼의 소리라'는 단체명으로 2005년도에 대전지역 유학파 출신 성악가들로 구성된 순수음악 단체라 한다. 윤양찬 단장의 말에 의하면 이번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것도 우리 사회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소외계층(청소년, 노인, 장애인) 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대화로 사랑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 했다.
보체다니마의 단원들은 모두 젊고 아름다웠다. 테너 윤양찬 장명기의 패기 있는 음성과 차두식, 이성원의 굵직한 바리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룰 때는 노은실로 하여금 서글픔에 잠겼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였다. 거기에 소프라노 조성숙, 신소영, 성한나, 이윤정 등 가희(歌姬)와 가희(佳姬)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듯한 그들의 아름다운 음성과 피아니스트 한민선, 윤현정이 곡예를 부리듯 유영(遊泳)하는 피아노 소리와 어울릴 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예술로 승화되어 관중들의 가슴을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안내 팸플릿에 광고 한 줄 없으면 어떠랴! 이렇게 젊음이 있고, 지적인 매력과 감미로운 소리를 가진 젊음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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