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이하 사업단장) 공모에 지원한 12명 가운데 6명을 압축해 면접을 실시한 결과, 고인수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겸 4세대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 추진단장과 정순찬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교수를 최종 후보 2배수로 압축했다.
그러나 고 교수와 정 교수 모두 김두철 IBS 원장이 재직했던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이다. 김선기 초대 사업단장과 오세정IBS 초대 원장도 김 원장과 같은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다.
특히 고 교수는 초대 원장을 역임했던 오세정 원장과 이 학과 동기다. 또 고 교수는 총 사업비 4260억원이 투입되는 포항공대 4세대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 추진단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4세대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 책임자로 이동하는 것은 검증차원에서 문제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관련 학계 한 인사는 “현재 구축 중인 4세대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없이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을 맡는 것은 추후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단장 공모가 5개월 가량 재심사와 재공모만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인 내정설' 의혹만 키웠던 상황에서 서울대 물리학과출신들 채워지는 것은 특정학맥을 위한 자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관련 학계의 여론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김선기 사업단장 중도사임한 지난 7월 사업단장 공모 착수 후 최종 3배수를 압축해놓고 특정인 내정설에 휩싸여 재심사를 통해 또 다른 최종 3배수를 선정한 바 있다. 또 최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돌연 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후 기존 사업단장을 건설구축사업단장으로 이름만 바꿔 재공모 한 후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두 후보를 압축했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 한 가속기연구자는 “연 100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연구단 선정도 물리 7개, 화학·생명과학 각각 6개씩, 융합·수학 각각 1개씩 등으로 물리분야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학벨트가 기초과학 진흥이라는 취지보다는 물리학계를 위한 사업으로 전락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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