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경력 12년차 택시기사인 김미애(50·대전시 동구·사진)씨의 이야기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초보 택시기사 시절, 승객에게 길을 물어 목적지를 찾아가노라면 '길도 모르면서 택시기사는 왜 하느냐'는 퉁명스런 항의를 듣기도 했다. 취객 때문에 경찰서에도 가봤고 “여자 기사”라며 얕잡아보고 소리지리는 승객도 있었다. 호주머니를 뒤지는 척 하면서 요금을 안내고 도망가버리는 승객도 있었다.
무섭고 분하고 힘들어서 남몰래 몇시간씩 울기도 했던 시절, 그래도 아이들이 있기에 참아야 했고, 아이들이 있기에 참을 수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시절이었죠. 그날 일당을 벌어야 다음날 아이들과 살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기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는 김씨에게 착하고 속깊었던 아이들의 사랑은 큰 힘이 됐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제 밥은 안 챙겨도 엄마 밥은 해놓고 기다렸을 정도라고. “엄마, 우리 버리지 마세요”라던 그 시절 아들의 말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다고 한다.
택시 핸들에 의지해 가족들과 함께 헤쳐나온 그 시절, 돌아보면 힘들었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자가 힘들텐데 장하다”며 격려해주던 승객들의 한마디에 힘을 내기도 했으며, 무사고 8년째의 모범기사로 지난 2012년부터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자녀들도 장성해서 사회에서 어엿한 제 몫을 하고 있다.
“생계가 막막할 때 택시운전은 제게 생명과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고 산 만큼 앞으로는 더욱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여건이 힘들면 못할텐데 이제는 봉사하며 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는 김씨는 택시운전경력 13년차의 남편 정성근(63)씨와 함께 봉사활동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부부 택시기사로 함께 대덕구모범운전자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인 아사모 교통봉사대(회장 민경숙)'의 회원으로도 함께 뛰고 있다. 거리질서 봉사도 하고 독거노인들께 점심대접할 때 차량봉사도 한다.
또 요즘에는 일하는 딸을 위해 3살 외손녀를 돌보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외손녀와 함께 하는 보람과 기쁨도 크다. '아사모 교통봉사대' 활동에 외손녀를 업고 나가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회원들이 외손녀에게 아사모 유니폼을 맞춰주었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아사모 교통봉사대'는 교통 관련 거리질서 봉사는 물론 교통사고 예방 행사와 어려운 청소년 돕기 등의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민경숙 회장님과 회원분들의 적극적인 봉사로 보람이 크다”는 김씨는 아사모 교통봉사대의 총무차장직을 맡고 있다.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아내로, 택시기사로 살아가며 가족을 돌보고 봉사의 기쁨까지 일구고 있는 김씨의 '아줌마 전성시대'를 응원해본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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