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을 고유 업무로 인식하지 않거나 총괄 전담부서조차 없는 데는 피해자보호법률에 경찰을 규정하지 않은 제도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는 27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범죄피해자정책 개선방안'세미나를 열고 피해자보호에 경찰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경찰교육원 류경희 교수(경감)는 주제발표를 통해 “경찰 직무범위에 피해자 보호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피해자보호법률에도 경찰청은 빠져 있어 피해자보호를 경찰 고유업무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경찰은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는 국가기관임에도 범죄피해자를 보호 및 지원을 위한 법률에는 책임 기관은 경찰 아닌 법무부로 규정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도 범죄 발생 직후 즉각적인 지원이 절실함에도 지금의 제도에서는 발빠른 피해자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5년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되고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이 2011년 시행됐지만, 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활동에 대한 주무기관은 여전히 법무부로 규정했다. 이에따라 매년 500~600억 가량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법무부(27%), 여성가족부(72%), 보건복지부(1%)가 집행하고 있으며, 경찰은 지난해까지 단 한푼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예산을 사용하지 못했다.
류 교수는 “피해자의 우울과 불안, 신체적 영향, 병원비 등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범죄피해 영향평가제를 경찰에 도입해 수사기록으로 남기고, 피해자보호법 책임관청에 경찰청을 명시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피해자보호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석대 송병호 교수도 “ 강력범죄 피해자 또는 가족들이 최초로 보호를 요구하는 기관은 경찰청이 24.9%, 검찰청 3.7%, 법무부 0.3%”라며 “강력범죄 피해자는 2005년 1만8500명에서 지난해 2만9900명으로 급증했으나 보호·지원은 미미해 범죄피해자가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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