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제주의 숨겨진 비경을 꼽으라면 용연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용연은 용이 놀던 연못이란 뜻으로 제주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한천(漢川)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다.
깎아지른 듯 양쪽벽이 병풍을 두른 것 같은 모습은 흡사 중국의 어느 유명한 관광지 계곡을 보는 듯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날씨가 좋은 날은 에메랄드빛을 이루며 운치를 더한다.
또한 물이 맑고 짙푸르러 취병담(翠屛潭)이라 부르기도 하며 예로부터 여름밤 선비들의 뱃놀이로 유명해 영주12경의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이곳에서는 용연야범을 재현하는 축제가 열리는데 전통 배를 띄워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선상음악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 용연 위로는 제주도에서 보기 힘든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으며 주변으로 각종 조명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야간명소로도 유명하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한 쪽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다른 한 쪽은 탁 트인 시원한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또 구름다리 입구에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사랑의 자물쇠 보금자리도 마련돼 있다.
구름다리 건너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이곳을 통해 산책로 한 편에 위치한 정자까지 갈 수 있다. 산책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닥에 용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용 그림을 100개 이상 밟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밤낮없이 멋진 모습을 연출하는 용연은 제주도기념물 제57호로 지정돼 있으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용연과 용두암은 제주 올레길 17코스 중 일부로 멀지 않고 바다를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곳이다.
일과 관광으로 여러번 제주도를 방문했지만 용두암만 구경하고 바로 옆에 있는 용연은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있는지도 몰랐다.
제주도 주민의 도움으로 찾아갔는데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 용연.
잠시나마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는 길=용연은 제주도의 꼭 들러야 할 명승지중 하나로 제주공항을 비롯해 여객선터미널에서도 가까워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용연과 용두암을 묶어 처음이나 마지막 여행지로 세우는 걸 추천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렌트나 택시 등의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공항이나 여객선터미널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정도 걸린다. 낮과 밤 가리지 않고 색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관광지로 시간에 구애 없이 가면 된다. 입장료는 없으며 조명은 자정에 소등된다.
▲먹거리=용연 바로 앞에 몸국집이 있는데 제주도 향토 음식으로 꼽히는 몸국은 제주도 바다에서 채취한 모자반을 돼지육수에 넣고 끓인 음식이다. 여행의 지친 속을 달래주는데 그만이다.
시간이 조금 허락한다면 연동에 위치한 전라도식당을 추천한다. 생선정식을 비롯해 성게해장국, 고등어와 갈치조림 등 메뉴의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횟집 또한 연동에 자리한 마라도횟집을 추천한다. 단품으로 팔기도 하지만 대방어회를 비롯해 고등어회와 튀김 등으로 구성된 세트메뉴를 비롯해 여러 가지의 세트메뉴가 있으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