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은 전 세계 미술사에 획을 그은 한국의 인물이다. 프랑스 파리 인근의 3000평 규모의 레지던스는 대전의 유능한 작가들이 세계와 협업하는 귀중한 '기회의 창'이다. 다른 시·도가 시도하지 못한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간다면, 대전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 같은 대전시의 귀중한 시도가 확대돼 대전의 문화계 인재만이 아니라, 언론, 행정 분야로도 확대돼 그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교수
▲ 박홍준·송유림·이순구 작가. |
(재)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대표이사 이지호)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박홍준, 이순구, 송유림 등 지역에서 3명의 작가를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1기 입주 작가로 선정했다. 이들 작가들은 프랑스 현지에서 생활하며 작업은 물론 프랑스 현지 예술적 영감을 얻으며, 문화 교류 등에도 동참해왔다. 지난 10월에는 프랑스 현지에서 이들 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했고,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서예가 박홍준 작가는 레지던스 기간 중에 창작한 서예(한글) 작품을 선보였고, '프랑스에서의 느낌'을 대변하는 이 작품은 동양의 서예가 가지는 작품성을 고찰하게 했다. 이순구 작가는 3개월간의 체류기간 동안 색다른 경험을 통해 차후의 창작 작업에도 많은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을 하면서 체류하고 있는 보쉬르센의 풍경, 소형 오브제, 풍경, 인물들을 주제로 제작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송유림 작가는 3개월이라는 한정된 레지던스 체류기간 동안 자신의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경험의 흔적을 작품으로 남기는 일에 몰입해왔다. 그는 작가의 방안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토대로 한 작품을 설치했고,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Un homme qui dort)'에서 발췌, 선별된 텍스트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1기 레지던스 작가들이 프랑스 독립 큐레이터를 비롯한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 프랑스 인스티튜트(Institut Francais) 등의 프랑스 공공기관에 소개되었고, 이러한 교류 활동을 통해 지역 작가들이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예술계와 호흡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 지난 10월 프랑스 현지에서 열린 오픈 스튜디오. |
일반적으로 '예술인들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기숙사를 겸비한 아카데미이다. 작가들에게 무료 또는 실비로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레지던시 창작공간은 예술창작 활동을 위해 전문적 시설과 장소, 지원 조직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창작활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레지던스는 루이 14세때 예술가들로 하여금 로마의 만치니 성에서 4년간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체험하게 하는 포상 형식의 예술 지원 제도이다.
▲지역 문화 인프라 보호·지원 체계 구축
올해 프랑스 이응노 레지던스 사업이 시작되면서 지역 작가들은 이같은 시도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 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 기회가 적은 지역의 유망한 작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활동의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한류 전진기지로 만들어, 대전과 파리 양방향 문화교류 확대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이응노 레지던스 사업은 지난 2007년 12월 대전시와 박인경 명예관장이 업무협약을 통해 후학양성 지원 프로그램 마련과 고암 이응노 문화유산 보존 방안 연구결과 추진되게 됐다.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사업의 기대효과
이응노 레지던스 사업은 장래가 유망한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기반과 창작역량 강화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내·외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이 교류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작가의 국제무대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대전시 예술정책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성과와 함께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긍정적인 위상을 제고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국 순수예술의 다각적인 해외진출 방안으로 고암 예술을 통해 유럽의 한류 전진기지로 만들 수 있다는 발전 비전도 포함하고 있다.
레지던스는 단지 입주예술가 개인의 작업공간 또는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는 개념을 넘어선다. 레지던시스 핵심은 '예술가'에 있다기보다는, 레지던시라는 '예술적 장소' 그 자체에 있다. 레지던스라는 장소와 그 안의 입주예술가는 일종의 '허브(Hub)'이다. 이 허브를 통해 다양한 인적·물적 예술 자원들이 네트워킹하고 또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그 지역의 예술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역의 예술 인프라를 성장시킨다. 레지던시는 예술가 지원의 관점을 넘어서, 레지던시가 기반하고 있는 지역의 예술을 육성하기 위한 하나의 거시적 프로젝트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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