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역 광장에 조성된 꽃시계가 노숙인들의 모임 장소로 이용되며 시민들이 접근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25일 노숙인들이 꽃시계와 노래비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꽃시계가 오래 전부터 노숙인들의 모임 장소로 변질된 '대전사랑 추억의 노래비' 인근에 설치돼 당초 취지와는 달리 노숙인들의 화장실(?)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25일 대전시와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대전역꽃시계는 총사업비 4억 731만원을 투입해 대전역 광장~목척교~중앙로 일원 1.12㎞를 꽃특화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으며, 사업은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된다.
대전시와 한국철도공사는 사업이 완료되면 해당 지역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침체된 원도심을 활성화 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노숙자들의 모임 장소로 변질된 노래비 인근에 꽃시계가 설치되면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이 정화되면서 노숙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꽃시계가 완공된 지 3개월 여가 지났음에도 주변 환경은 정화되지 않았고, 노숙자들 중 일부는 꽃시계 안에 대·소변을 보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 시민들은 꽃시계 주변으로 가기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효과가 없음에도 매년 투입돼야 할 유지비도 문제다.
올 해까지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가 꽃시계를 관리하지만, 내년부터는 대전시에서 매년 유지·관리비를 투입해야 한다.
시는 내년 유지·관리비 중 재료비(생화 구입비 등)만 4000여 만원을 편성, 매년 수천만원이 유지·관리비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처럼 대전역꽃시계에 매년 수천만원의 혈세가 투입됨에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힘들어 혈세먹는 흉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한국철도공사 측은 대전시에 노숙자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했고, 노래비를 기증한 우송대에도 노래비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노숙자들에 대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래비를 옮기는 문제도 우송대는 예산이 투입돼야 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노숙인들을 강제로 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도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해가 떨어지면 포장마차까지 꽃시계 앞으로 와서 영업을 하고 있다. 관계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노래비에 모이는 사람들 중 노숙인은 별로 없다. 대부분 집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똑같은 사람들이 계속 오는 게 아니다.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있는 등 유동적이어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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