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솜방망이 처벌'

대전 기소율 25%… 실형선고 전무 의제강간기준 15세상향 지적

지난해 5월 이후 대전에서 일탈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피의자들의 기소율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소됐더라도 10명 중 3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수 대전지검 성폭력 전담검사는 24일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일탈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사건의 문제점 및 대책'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현황자료를 공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성폭력 전담검사실이 설치된 이후 가출, 자퇴, 음주 등 비행 경험이 있는 일탈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송치된 51명 가운데 25.5%인 13명만 기소됐다. 24명(47.0%)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증거 불충분 판단 이유로는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낮은' 경우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위력 행사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7건으로 뒤를 이었다. 기소된 13명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한 명도 없으며 5명에 대해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확정됐고 1명은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판이 진행 중인 7명 가운데 2명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검사는 “우리 법은 13세 미만이 아닌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에 있어서도 폭행·협박 또는 위력을 요구하고 있어 아동·청소년이 의사에 반하는 성적 접촉을 당하면서도 거부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경우 상대방을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고 청소년이 동의했음에도 처벌 대상이 되는 성매수 범죄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방이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아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은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보호 및 선도의 필요성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길모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출 아동·청소년 대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고찰' 주제발표에서 “위력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성매매로 처벌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현 규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며 “이에 대한 처벌을 위해 의제강간의 기준 연령을 15세로 높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