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유료주차장 수익만 '억' 배려보단 장사가 먼저

2010년 을지대병원 수입 최고 4억7500만원 달해 무료주차 겨우 30분·1시간 입원 이틀째부터 '요금폭탄'

[월요포커스]대형병원 주차요금 실태

지역 대형병원의 유료주차장이 병원 이용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요금도 요금이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을 배려하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주차요금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형병원들의 주차료 수입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낙연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취합, 대형병원들의 주차료 수입을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을지대병원은 2010년 약 4억 7500만원의 주차비 수입을 올렸다. 건양대병원은 같은 기간 약 3억 2600만원의 수입을 기록해 을지대병원의 뒤를 이었다. 충남대병원은 약 1억 1100만원의 수입을 얻었다. 주차장 운영으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린 것이다. 이들 수익내용은 4년전 자료이다 보니 주차량이 급증할수록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주차장은 편의 수단이 돼야 하지만, 병원들이 이를 통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병원 이용객들은 주차수입이 병원 운영의 일환이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병원들은 주차장 운영으로 얻은 수입은 주차관리업체 용역비, 시스템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주차요금제는 수입목적이 아닌 병원의 원활한 인구이동과 주차운영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외래진료, 입원환자 보호자, 조문객, 일반내원객 등 총 1만여명이 다녀가는 병원에서 유료주차요금제가 없다면 교통운영이 마비가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 이용객들은 이같은 병원 입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주차요금제도가 원활한 주차장 운영이 목적이 아니라 환자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이상한 시스템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23일 대전지역병원들에 따르면 입원환자나 이들의 보호자들은 입원 당일은 무료주차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이튿날부턴 4시간만 무료주차고, 이후 15분당 300원의 유료요금을 내야한다. 4시간의 무료주차 시간 내 차를 갖고 병원 밖으로 나가면 남은 무료주차시간은 소멸된다.

중증환자인 경우 보호자의 간호가 절실한 만큼 보호자는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 직장인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보호자들은 외출이 잦다. 이들은 무료주차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니 주차요금을 배로 낼 수밖에 없다. 하루 최대 약 1만2000원의 주차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만약 5일을 입원한다 가정하면 5만원 정도를 주차비용으로 내야 한다.

병문안 등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일반 방문객들의 원성도 크다.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은 이들에게 30분 무료주차 혜택을 주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1시간을 무료 주차할 수 있게 했다. 1시간 안에 볼 일을 다 안보면 주차요금을 내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객 중심의 유연하면서도 효과있는 맞춤형 주차요금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입원환자와 보호자들이 현 주차요금제로 받고 있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다각도로 주차요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무료주차시간 내에 외출할 시 나머지 시간을 적립할 수 있는 적립제 등의 시스템 마련과 구축을 위해 주차관리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영·송익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