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메트로 빌바오, 문화·예술 잇는 착한 경전철

스페인 메트로 빌바오, 문화·예술 잇는 착한 경전철

저렴한 유지보수·저공해 '장점' 대전도시철 고가 건설비와 비슷 인간의 '폐' 상징하는 입구 형상…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역 꼽혀

  • 승인 2014-11-23 13:12
  • 신문게재 2014-11-24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대전도시철도 正道를 묻다] 8. 해외사례-스페인 메트로 빌바오

▲ 메트로 빌바오는 도로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지하 1층만 내려가면 바로 열차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열차를 탈 수 있고 건설비 절약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 메트로 빌바오는 도로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지하 1층만 내려가면 바로 열차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열차를 탈 수 있고 건설비 절약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경전철은 중전철인 기존의 지하철보다 가벼운 전기철도로 지하철과 대중버스의 중간 정도의 수송능력을 갖춘 대중교통수단이다. 주로 15~20㎞의 도시구간을 운행한다. 수송능력이 우수하고 건설비·인건비가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전기철도 비용은 ㎞당 1000억 원가량 투입되는 반면, 경전철은 건설비용이 ㎞당 400억 원 정도으로 저렴한 유지운영비와 저공해 환경친화성이라는 장점을 가져 각광받는 신교통수단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10여개국에서 90여개 노선이 경전철로 건설·운영 중이다.
본보는 현지 취재를 통해 패망한 경제도시였던 스페인 빌바오를 예술, 문화의 도시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경전철인 메트로 빌바오의 철학을 살펴봤다. 메트로 빌바오 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 폐를 상징하는 역 입구 형상.
▲ 폐를 상징하는 역 입구 형상.
▲빌바오,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빌바오(Bilbao)는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다. 이로인해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대서양에 인접한 항구도시로 바스크 문화의 중심도시이자 비스카야주의 주도이다. 빌바오는 주변의 풍부한 광산물로 제철, 중공업관련 산업이 발달해 유럽산 상품이 해외로 나가는 관문으로 부유한 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일본과 한국의 철강제품들이 수입돼 제철산업의 경쟁력을 잃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와 1983년 대홍수로 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돼 전체 인구의 25%가 실업자에 달했다.

쇠락한 빌바오를 재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세계적인 뉴욕 미술관 구겐하임의 유치와 도시철도 건설이다. 이 두 대형 사업을 통하여 빌바오는 몰락한 공업도시에서 세련된 미술, 문화와 관광도시로 완전한 변신에 성공한다. 현재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 회의장, 레스토랑, 상점들, 기업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늘고 활기가 넘치고 있다. 2003년에도 세계에서 최고의 회의장으로 선정됐다.

▲ 메트로 빌바오 내부모습.
▲ 메트로 빌바오 내부모습.
▲메트로, 도시재생을 이끌다=메트로 빌바오 노선은 2개로 강 하구를 따라 양 쪽으로 Y자 형태를 갖는다. 노선 길이는 총 43km이고 정차 역은 총 40개, 그 중 지하역은 24개이고 지상역은 16개다. 열차는 46편성이고 차량은 총 206량이다. 도시철도 이용자수는 2013년 기준으로 하루 약 24만 명이다. 재정자립도는 85%가량.

건설비는 개통예정인 3호선은 5.9km, 8개역 기준으로 1억 8500만유로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당 건설비가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지상고가 건설방식 예타통과 비용과 비슷하다. 지상고가 건설비용으로 지하철을 만들 수 있는 모델이다.

도시철도 운영사인 메트로 빌바오는 3개의 임무를 갖고 그 임무를 충실이 수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교통수요 충족이다. 특징은 적극적으로 교통수요를 만들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문화, 스포츠 등 행사가 열릴 경우 도시철도 운영사가 행사계획 초기부터 참여해 열차 운영시간과 편성수를 유연하게 조정한다. 적극적으로 교통수요을 창출하고 만족시켜 각종 이벤트 흥행을 돕는 것이다. 수산나 파로미노 메트로 빌바오 경영 및 커뮤니케이션 총괄자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승객이 많고 저녁에는 없다는 점을 이용, 탄력적으로 운행한다”며 “특히 주말엔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했다.

메트로 빌바오 운영 미션의 두번째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이다. 이는 메트로 빌바오역 입구 형상이 잘 나타내고 있다. 역 입구는 유리와 철로 만들어져 있는데 2개의 입구를 마주보게 놓으면 심장과 폐를 상징하는 모양이다. 폐는 지속가능성, 심장은 건강을 의미한다. 이를 합쳐 지속가능한 건강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메트로 빌바오는 신속성, 정시성, 짧은 시격 및 쾌적한 공간을 갖는 이동성을 제공, 도시가 지속적으로 건강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메트로 운영 구성원뿐만 아니라 승객 모두가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선 직원의 행복은 도시철도 이용자들로부터의 평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메트로빌바오는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어 평판을 쌓는다고 한다.

▲수산나 파로미노 메트로 빌바오 경영·커뮤니케이션 총괄자.
▲수산나 파로미노 메트로 빌바오 경영·커뮤니케이션 총괄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국제적 공모를 통하여 선정된 영국출신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nam Foster)가 빌바오 도시철도 디자인을 현대적이면서도 예술적이도록 설계,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이고 미적인 도시철도를 낳았다. 예를 들어 모든 역 건물은 넓으면서도 가시성이 좋고 자연채광이 되도록 했다. 역 입구는 기존 도시 건물, 도로와 조화를 이룬다. 역 입구를 통하여 내려가면 한 층에 모든 서비스 장치와 사무실이 배치돼 있다. 표구매, 표확인, 사무실 등 모든 서비스가 한 장소에 모여 있다.

그 결과 승객은 도로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지하 1층만 내려가서 바로 열차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역 입구로부터 플랫폼까지의 동선을 최소화해 누구나 장애물없이 쉽게 열차를 탈 수 있도록 했다. 표확인 후 계단을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고 마치 지상에 있는 역과 같이 넓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접근하기도 쉽고 공간이 넓어 폐쇄성을 덜 느끼게 된다. 역입구에서 플랫폼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해 건설비를 줄였고 승객의 접근성도 향상시킨 것이다.

발비오 역사(驛舍)는 복층 구조로 설계돼서 매표공간과 탑승 공간을 최단거리로 잇는 단순한 구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하철 출입구는 7~8개가량인 반면, 빌바오 메트로의 각 역 출입구는 2~3개로 건설비를 낮췄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전기와 통신시설은 각 역마다 설치됐지만 빌바오 메트로는 중앙제어식으로 각 역마다 2명(역무원 1명ㆍ안전요원 1명)만 근무해 운영비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즉, 최대한 축소해 건설비는 물론 운영비에서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장기간 지원 뒷받침=빌바오 시민들의 90%가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설에 대해 반대했다. 메트로 건설도 마찬가지. 그러나 구겐하임 미술관과 메트로 건설은 빌바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 주인공들이다.

이런 성공 요인에는 장기간 일관된 정치적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수잔나는 설명했다.

시장 교체에도 불구, 일관되게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이 일관된 정치적 안정이 빌바오 재생 성공 요인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스페인 빌바오=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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