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무용 '그림자도시' 메마른 도시인 삶 몸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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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무용 '그림자도시' 메마른 도시인 삶 몸짓으로

  • 승인 2014-11-20 14:07
  • 신문게재 2014-11-21 16면
  • 이찬주 춤자료관 대표·평론가이찬주 춤자료관 대표·평론가
▲ 이찬주 춤자료관 대표·평론가
▲ 이찬주 춤자료관 대표·평론가
2014년 11월 12일 서울무용제 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그림자도시(최성옥 메타댄스 프로젝트)'가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지난 11월 4일 먼저 선을 보였다. 벌써 35회째를 맞는 서울무용제는 매년 개최되는 행사로 중견 무용수와 신예 무용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대규모 무용축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무용제전에 '그림자도시'가 초청작이 된 이유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전국무용제에서 '최성옥 메타댄스 프로젝트'가 단체상 금상, 개인상으로 최우수 연기상(허은찬)과 연기상(방지선)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장희재 안무의 '그림자도시'는 제목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삼았다. 무대의 배경이 도시를 표현한 만큼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빛을 내뿜으면서 춤은 시작된다. 한 남자(허은찬)가 있다.

그는 아침에 해 뜨기가 무섭게 일어나야 하고 저녁에 절망으로 달이 지는 하루를 숨 가쁘게 쳇바퀴 돌듯 반복한다. 남자는 또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매일매일 사회에서 만난다. 도시의 빌딩은 메말라가는 사회 속에 점차 퇴폐적으로 변한다. 성(性)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듯한 붉은 치맛단의 회색 원피스를 입은 두 여성이 유혹의 포즈로 교태미를 드러내며 끈끈한 듀엣을 연기한다. 무대 위 도시인들은 점차 메말라가는 불완전한 삶 속에서 스스로 망가져간다.

거대한 절망은 광기로 바뀌고 이들(강윤찬, 김기형, 김용흠)은 모두 타락의 의자 위에 올라가 있다. 이들이 투박하게 들이대는 춤은 빌딩에 가려진 제도 속의 보이지 않은 폭력을 묘사하는 듯하다. 결국 휘황하던 불빛은 꺼지고 쓰레기로 가득 차게 된 빌딩 안에는 허상의 그림자가 넘실댄다. 남자(허은찬)는 허상의 그림자와 마주한다.

그는 그림자를 당겨본다. 늘어지다 놓치면 다시 잡아당긴다. 이리 잡아당기고, 저리 튕겨보고, 따라가 다시 잡아 당겨본다. 도시에 살면서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 속에 갇히고 만 자신의 현실을 그림자(방지선)와 함께 나눈다. 인간 개개인의 소중함을 역설함과 동시에 인간이 도시와의 관계에서 행할 수 있는 개척에 대해 웅변한다.

'그림자도시'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이 담긴 춤으로 인간과 도시의 관계를 표현해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춤꾼들의 힘이 크게 기여했다. 남녀 간의 듀엣과 군무에서 도시의 화려함과 그에 상반되는 어두운 그림자를 능숙하게 소화해냈고, 도시가 가진 '파워'를 폭발시킬 때 무대는 열기로 가득 찼다. 과한 음악적 구성의 의자 신(scene)이 아쉬웠지만 안무자 특유의 집요함과 역동적으로 몰아가다 그림자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섬세함이 돋보인다. 장희재 안무가는 메마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답답한 도시의 현실과 인간 사이의 긴장감을 신예답지 않게 힘 있게 담아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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