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의 의료진 폭행이 위험수위다. 무엇보다 술에 취한 주취자 폭력이 상당수다.
오랜시간 병원내 의료진 폭행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병원내에 용역 경비를 채용하는가 하면, 강력한 의료법으로 처벌하는 등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폭행사건은 줄지 않고 있다.
▲실태는 어떤가=응급의학회에서 국내 33개 병원의 폭력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은 한달에 내원환자 10만명당 17.9회, 신체적 위협은 4.8회, 흉기 위협은 1.4회, 신체 폭행은 2.4회 등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센터 근무시 신변의 위협을 느낀적이 있었다고 응답한 곳도 28곳으로 전체의 84.8%를 차지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응급실에서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 이 법에 의해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 실제 지역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실 의료진 상당수가 일주일에 1~2차례는 언어폭력 등을 목격했거나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일부 소아 환자 보호자는 자신의 아이에게 주사 바늘을 2~3차례 꽂았다며 병원비를 낼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해당 간호사가 대신 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국회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처벌강화와 폭행 대상자를 응급실 안뿐 아니라 의료인 전체로 확대하는 강화법이 상정됐지만, 국회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처리됐다.
▲무엇이 문제인가=응급실에 폭력이 발생해서 경찰에 신고해도 대처법은 적다.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고 병원과 환자의 쌍방간 문제로 인식해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폭력 등을 막기 위해 배치된 응급실 내 용역들은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을 대신하는 일종의 '샌드백'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주취자에 대응할 경우 '쌍방폭행'으로 몰려 개인적인 형사 고소 등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의료진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후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의한 협박 등으로 대부분 고소를 취하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응급실에는 환자와 의료진만 들어가야 하지만, 보호자부터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을 출입하다보니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폭력은 사라져야 할 부끄러운 문화”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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