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을 견주며 실리를 따지고 있는 수험생들 중에는 기존의 계획을 뒤엎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정도다.
지난 13일 실시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변별력을 찾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 설정에 실패하는 등 '물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국어 A형의 1등급 커트라인은 97점으로 추정되면서 지난해 대비 1점이 상승했다. 역대 가장 쉬운 수준으로 평가되는 영어영역의 1등급 컷은 98점으로 예상돼 지난해 대비 5점이나 급상승했다.
수학 B형 1등급 컷은 100점으로 추정돼 지난해 대비 8점이나 올랐다. 한 문제라도 틀리게 된다면 2등급이 될 정도로 변별력이 무의미해진 시험인 것이다. 쉬워진 수능 탓에 일선 학교의 대입 전략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능 이전 상당수 진행됐던 수시전형보다는 정시 전형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은 2012년 물수능보다 더 쉬었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수능이 쉬우면 정시 입시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시 지원 시점이 다가오면서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다. 쉬운 수능으로 비슷한 점수대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동점자가 상당수 존재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하향 안전 지원 추세가 강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비슷한 점수대에 많은 학생들이 밀집해 있을 경우, 합격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수능 논란이 일었던 2012학년도 수능으로 상위권 대학의 상위권 학과 경쟁률이 대폭 하락했다.
제일학원에 따르면 서울대 경영이 4.64대 1에서 3.02대 1로, 연세대 경영이 7.31대 1에서 4.27대 1로, 고려대 경영이 5.40대 1에서 3.7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고3 수험생 황모양(둔산동)은 “터무니없이 고득점자가 많아 어떻게 판단하고 어느 학과로 가야 할 지 답을 찾지 못해 울음이 날 정도”라며 “꿈을 키우고 크게 보라는 교육당국이 평가의 변별력을 잃고 학생들을 좌충우돌하게 만드는 꼴이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역 고교의 한 3학년 학년부장은 “일단 기존에 세웠던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 같다”며 “일단 수능 이후 남아있는 수시 먼저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위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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