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홉의 마지막 희곡 '벚꽃동산' 二色 버전

  • 문화
  • 공연/전시

안톤 체홉의 마지막 희곡 '벚꽃동산' 二色 버전

대전예당 '벚꽃동산' 16일까지 앙상블홀 극단 빈들 '배꽃동산' 23일까지 소극장 핫도그

  • 승인 2014-11-13 10:12
  • 신문게재 2014-11-14 16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배꽃동산 연극 장면
▲ 배꽃동산 연극 장면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 그의 마지막 희곡 '벚꽃동산'이 두 가지 다른 색깔로 대전시민들을 찾아간다. 대전예술의전당과 극단 빈들이 체홉의 연극 '벚꽃동산'을 선보인다.

대전예술의전당은 오는 16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벚꽃동산(연출 심재찬)'을, 극단 빈들은 오는 23일까지 소극장 핫도그에서 '배꽃동산(연출 송선호)'을 공연한다.

체홉의 작품은 어렵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 특별한 플롯도 없고 갈등도 없다. 선과 악의 대결이나 인과응보의 통쾌함도 없다.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동감의 세계에 빠진다. 체홉의 작품이 주는 감동의 폭이 큰 이유다.

벚꽃동산도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경은 1860년대 러시아. 농노해방 이후 귀족의 몰락과 상인, 즉 자본가의 등장으로 혼란과 격동의 시기를 보내는 러시아의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과거이자 미래를 상징하는 벚꽃동산.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실이다. 그러나 희망이냐 상실이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 단지 계속 살아가는 '삶'이 있을 뿐인 세상. 이 시대의 격동은 역사를 뛰어넘어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인물과 상황에 대입된다. 대전예당 심재찬 연출의 벚꽃동산은 고전의 묵직함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았다. 시대와 배경이 다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체홉만의 섬세한 '인간 고찰'. 이것을 체홉의 것 그대로 무대화한다.

반면 극단 빈들 송선호 연출의 배꽃동산은 좀 더 우리 입맛에 맞게끔 바꿨다. 배경과 시대를 현재 우리 주변으로 치환해 넘어갈 문턱을 보다 더 낮췄다. 도심에서 30km 가량 떨어진 외곽지역이 극의 배경이다. 이곳의 배꽃동산을 두고 인물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송선호 연출가는 “체홉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된 관심은 지독한 리얼리즘, 즉 인위적인 꾸밈이 전혀 없는 벌거벗은 삶 그 자체”라며 “그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진솔한 정서를 쉽게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 배경과 등장인물 등을 우리식으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대전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체홉을 어렵게 생각한 이들에게 이번 공연은 그를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한 가지 연극만 보기보다는 두 가지 연극 모두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