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 대전에서 출생해 대전여고와 충남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1991년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영국 노팅엄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대한복음신학교 교수를 시작으로 복음신학대학원대 교무처장, 기획처장, 대외협력처장을 역임했고, 98년부터 현재까지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2014년 3월 건신대학원대학교(옛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2003년 허성우, 장하진씨 등과 함께 대전여민회를 창립한 뒤 대전여민회 이사를 거쳐 2011년부터 현재까지 대전여민회 감사를 맡고 있고, 지난 해부터 한국오순절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에듀스토리]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사회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 있었다. 부당한 현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던 그 시절,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여성학회를 만들고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목사가 된 이후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대안교육을 시작했다. 삶의 현장을 신학의 무대로 삼는 '생활신학'을 강조하며 지역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현장중심의 교육을 실천해온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옛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난 7일 오전 목동에 위치한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실에서 만나 교명을 바꾸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매순간 치열했던 삶의 순간과 그만의 확고한 교육철학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여성성 내세워 학교 운영=건신대학원대학교는 대한예수교복음총회의 대전복음신학교를 모태로 지난 1997년 학교설립 인가를 받아 문을 연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의 새 이름이다.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교명 변경은 지난 몇년동안 계속 제기돼 왔던 부분이었어요. 신학대학원대학교로 시작했는데,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육을 하다 보니 지역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해졌거든요. 그 부분을 고민하다가 상담심리학과 대안교육학, 미용치료학 등 일반학과들을 신설했는데 그쪽 학과 학생들 입장에서는 '신학'이란 명칭이 상대적으로 목회학에 비해 배제되는 느낌이 들게 된 거죠. 하지만 건신의 의미도 '세울 건(建), 믿을 신(信) 즉, 신앙을 세우다'란 뜻이랍니다.”
전용란 총장은 미국 풀러신학대학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에 돌아와 신학교에서부터 이 학교와 함께 했다. 전 총장은 전임 임열수 총장에 이어 총장에 취임한지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상당수 여성리더들이 여성성을 최대한 감추는 것과는 달리 전 총장은 취임일성으로 여성성을 강조했다.
“여성성은 따뜻함과 돌봄, 그리고 소통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쪼록 생물학적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여성성을 가진 총장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해볼 생각입니다.”
이미 대학시절 사회학과 친구들과 충남대 여성학회를 창립하면서 누구보다 여성학과 여성 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전 총장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는데, 우리는 그보다 더 여성으로서 안고 있는 이중고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대학 졸업 후 전 총장과 친구들인 허성우 성공회대 교수,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 등이 모여 만든 것이 지금의 대전여민회다.
“여성성을 임파워링시켜서 끌고 가는 지도력으로 만들어낼때 비로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전 총장에게 있어서 대성학원 이사장인 김신옥(89) 목사는 그녀의 시어머니이기 이전에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었다.
“프린스턴 신학교(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입학허가를 받고 한국으로 나와 개척 교회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느 날 어머니(시어머니 김신옥 목사)께서 부르시더니 남이 하면 5~6년이 걸릴걸 네가 하면 1~2년이면 할 수 있을텐데 왜 안가느냐고 하시더라구요. 이불을 사다주시면서 이거 갖고 미국으로 가라 하시는데, 어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등떠밀어 미국으로 보내 공부시키려고 하겠어요. 저희 어머니는 보는 시각도 굉장히 거시적인 분이시죠. 모든 면에서 선구자적인 분입니다.”
▲대안교육에 관심 갖고 전문가 양성까지=대안교육 전문가인 전 총장이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목회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교회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자주 봐 왔고 이들과 학부모의 절망적인 심정을 보게 된 이상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도울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대안 교육과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전 총장은 그 즉시 대안교육학과를 설치했다.
전 총장은 단순히 과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회대에서 근무하고 있던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권위자인 하태욱 교수를 삼고초려끝에 학교로 모셔왔다.
전 총장은 실질적인 대안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대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대안교육 기관을 연계해줄 대안교육센터인 '우리동네'도 생겨났다. 현재 대전과 세종에서 대안 학교가 운영중인 가운데 이곳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 30명이 위탁을 받아 공부중이다.
“평소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던 학생이 어느새 적극적으로 말을 하더니, 교육이 끝날때는 수박을 사가지고 왔더군요. 그렇게 학생들이 스스로 변화하는게 얼마나 놀라운지 몰라요. ”
전 총장은 “우리의 대안교육은 일괄적인 정책이 전혀 없다”며 “대전만 해도 한해 2000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데 두개의 가정형 위탁 대안학교와 몇개의 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 소수의 영세한 대안학교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전 총장은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양한 교육의 필요를 느끼는 창의적인 학생을 위한 체계화된 학습공간으로서의 대안학교를 고려해야 한다”며 “가정 문제나 부모와의 갈등, 또는 왕따나 폭력 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돌봄과 치유가 이뤄지는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대규모 공립 대안학교보다는 소규모 도시형 대안학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은 전 총장의 평소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 개개인은 각각 자체적으로 고유한 가치와 자신만의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어요. 아무리 척박한 환경과 최악의 상황에 처할지라도 인간의 본성 속에 심겨진 존귀한 가치를 찾아 끌어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명 바꾸고 지역 속으로=새롭게 건신대학원대학교로 교명을 바꾼 후 전 총장은 앞으로 신앙과 교육을 두 축으로 학교 운영에 힘쓸 계획이다.
건신대학원대학교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다.
“네팔에서 온 노동자가 우리나라 선교사를 만나 기독교인이 된거에요. 이 학생을 위해 우리 대학의 전 교수가 나서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줬지요.” 그 학생은 지금 한국인으로 귀화해 김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교회를 세웠다.
“한국사람이 외국에 나가서 선교하려면 언어와 문화를 익히기까지 근 10여 년이 필요하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우리보다 30배는 더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니까 여러면에서 유리하지요.”
건신대학원대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총 18명의 유학생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이들 학생들을 최대한 학교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학과 함께 전 총장은 대전시의 대안교육 저변을 넓히는 일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올해 제일 중요한 역점 사업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과 상담센터를 설립하는 것이에요. 현재 교육청으로부터 위탁받은 다양한 형태의 두런두런 대안학교를 확대시키는 것과 함께 도시형 대안학교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지요.”
전 총장은 문화예술치료와 미용치료학과를 통한 다양한 지역 문화사업과 함께 미용장 교육실습을 확대해 기술훈련과 더불어 취업과 자원봉사, 선교로 이어지는 현장사업도 계획중이다.
“종교와 사회는 상호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종교가 활동하는 곳이 바로 지금 이 곳이기 때문에 사회에 참여해 좋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일은 본질적인 것이죠. 학교의 구성원들은 기독교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목회자로부터 대안학교, 상담소, 복지관, 네일숍, 미용실에 이르기까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삶의 현장을 신학 무대로 삼는 '생활신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여성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전 총장에게서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자세와 실천하는 종교인으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오희룡·사진=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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