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는 소식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자주 접해온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뭘 보고 미국민들에게 한국의 교육방법을 벤치마킹까지 하라고 했을까. 여기서 다른 건 몰라도 교육이 미래의 핵심역량임은 너무도 쉽게 다가온다.
미래 핵심역량 교육은 최근 글로벌 교육에 있어서 단연 화두다.
세계적 IT기업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은 미국의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석사과정(MBA) 재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에 한국에서 나고 자란 김현우씨가 상무로 일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 방법이 세계에서도 통했던 것 일까?
그러나 사실 김현우씨가 구글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력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최근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미래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막 소위 혁신학교가 뜨고 있다. 혁신학교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학교는 어떻게 미래 핵심역량 교육을 이끌어 갈 것인지, 어떻게 미래 인재를 키워 낼 것인지 아산의 송남초등학교 사례를 보고 그 가능성을 찾아본다.
▲학습과 문화가 어우러진 교육과정=송남초 학생들은 배움 중심수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제체험학습과 문화예술집중학습 등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미래 인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이 학교는 수업과 학습과정의 결과를 나누는 활동을 실천하는 등 학생들의 자발적인 교육참여 의지를 끌어올린다. 실제 교실을 들여다보면 수업중인 학생들은 모둠을 구성하거나,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앉아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또 어떤 학급은 사회과목 시간에 세계의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을 배우면서 가상의 여행일지를 작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행을 위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환경까지 조사하고 여행경비와 항공편까지 알아보는 등 마치 실제로 여행을 갔다 온 듯 생생한 일지를 만든다.
송남초의 교육과정에는 특별한 체험학습이 있다. 지역의 인적·물적 환경을 이용한 학년별 주제체험학습이다. 저학년부터 숲 탐구, 텃밭 가꿈, 수서 생태 탐구, 원예 체험, 농사 체험을 1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학년이 달라지면 체험학습 또한 달라지면서 6년간 각각의 주제를 경험한다.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인성을 기르고 탐구심, 창의성,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또 하나, 10월에 행해지는 20시간에 걸친 문화예술집중학습도 송남초에서 눈여겨볼 교육과정이다. 문화예술집중학습은 각종놀이와 예술 체험, 미적 체험, 연극, 목공 등의 교육활동을 전개하는데 이때 교과로 분리된 수업과 활동을 통합해 진행하게 된다.
이런 활동으로 자연과 만나면서 학생들은 감수성을 키우고 창의력을 키우며, 함께 일하고 만들며 협동심을 발달시킨다.
▲즐겁게 활동했더니 공부가 저절로=수업과 주제학습 외에 송남초 교육활동에서는 학생마다 스스로 미래 핵심역량을 기를 기회를 제공한다.
일례를 보면 지난 1학기 1박2일간 전교생이 함께하는 '다함께 캠프'가 열렸다. '다함께 캠프'는 학생들이 주최한 행사로 기획부터 행사 진행, 식사를 준비하고 동생들을 돌보는 일까지 6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전교생이 참여했다.
교사와 학부모는 단지 학교 울타리를 지켜주는 일로 그날의 임무를 마감했다.
캠프를 통해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능력, 조직내에서 협력적·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
매월 개최하는 전교 자치회의도 같은 맥락이다. 전교생이 모여 학급에서 올라온 안건과 학교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상황을 학생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혜를 모은다. 학생들은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캠페인을 열기도 하고 홍보도 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성격과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갈등을 해결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집단 지성'으로 키우는 미래 핵심역량=학생들에게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업과 활동기회를 주려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움직임도 미래역량을 키우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때문인지 송남초 교사들의 회의 모습은 달랐다. 종전의 업무지시와 전달이 아니라 안건을 가지고 협의를 한다. 의미와 가치에 대해 논하고, 어떻게 교육적으로 일을 진행할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바로 집단 지성의 발휘다.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 협의를 하는 것도,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성장하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과정이다.
뿐만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연석회의'는 주기적으로 열린다. 담임과 학부모가 모여 함께 공부하고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다모임'도 매월 진행한다.
교육 공동체의 노력은 인근 학교와 지역민들의 참여도 끌어낸다.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민 모두의 활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학교와 마을 구석구석은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활동이고 공간이다. 송남초 사례에서 세계가 바라는 역량은 많은 자본과 훈련으로 키우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학교를 혁신하고 교육 공동체가 주인공이 됐을 때 가능함을 느끼게 한다. <끝>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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